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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Jul 01. 2020

동물복지 달걀이 정말 가치 있을까?

처음으로 오가닉 달걀을 선택한 이유

평소 동물복지에는 1도 관심이 없던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달걀이다. 유럽의 모든 마트에서는 기본 달걀과 FREE RANGE 달걀을 모두 판매하는데, 여기서 FREE RANGE란 닭장 안에 가두지 않고 키웠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처음엔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고 기본적인 크기와 개수, 가격을 비교하여 계란을 구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계란을 구매해 몽땅 삶았다가 노른자의 색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자고로 노른자는 색이 ‘노래야’하는데 이번 계란 노른자들은 모두 하얗게 변질된 상태였다.


그제야 관심을 두고 달걀 케이스에 적혀있는 단어를 검색해보았고, 닭장안에 가두지 않았다는 뜻은 좀 더 건강한 닭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그 후로는 무조건 ‘FREE RANGE’ 마크가 쓰여있는 달걀을 구매했다. 사실 그 이후로 일반 계란과 차이를 느낀 적은 없지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이라고 생각하니 돈을 더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오늘은 6구짜리 오가닉 달걀을 선택했다. 옆에 진열되어 있는 18구(가격은 같지만 양은 3분의 1)를 집어 들지 않고 선택한 이유는 기존에 먹었던 계란보다 확실히 더 좋은 품질과 가치를 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열대에 남아있는 재고는 세일하는 달걀보다 오가닉 달걀이 현저히 낮았다.


한국에서는 항상 무조건 개수가 많고 저렴한 계란을 찾아서 구매했다. 가끔은 동물복지 달걀이 마트에 진열되어있는 걸 보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시도해볼 염두조차 나지 않았다. (현재 온라인 스토어 상의 동물복지란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10구당 평균 5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충 계산해보니 오늘 내가 구매한 오가닉 달걀도 10구당 4300원으로 가격이 비슷하다. 보통 중간 크기의 FREE RANGE가 적혀있는 달걀은 10구당 3400원이다. 30구에 4-5천 원 정도 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유럽 내 일반 달걀의 가격은 절대 싼 편이 아니지만 동물복지와 관련된 달걀의 가격은 비싼 편이 아니다.


필자처럼 동물복지 달걀을 접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탓에 시도조차 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물복지 인증 계란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동물복지 계란의 구입을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가격이 비쌀 것 같아서’가 42.5%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동물복지 계란의 구입 의향이 있는 소비자도 가격을 알게 된 이후 비싼 가격 탓에 마음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동물복지농장의 계란 가격이 높은 이유는 사육환경에 있다. 동물복지농장은 일반농장보다 산란계 마리당 사육면적이 넓어 생산량이 적다. 또한 동물복지 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도 더 많이 투입,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 계란과 관능적인 면에서 별 차이도 없는 데다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식품의 안정성과 신선도, 영양성분이 더 높을 것이라는 지속적인 신뢰로 구매한다.

오늘 내 생애 가장 가치 있는 계란을 구매했으니 그 계란을 들고 그릇에 두드려 반을 탁- 갈라 요리해 먹을 아침을 기대해도 되겠다. 내일은 동물복지 달걀을 계속 구매할지 말지 중대한 결정을 내릴 아침이 될 것 같다. (필자에겐 중요한 문제입니다ㅎㅎ)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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