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지 Jul 08. 2020

아일랜드의 감자, 한국의 김치

감자는 자부심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은 뭐니 해도 ‘김치’다. 한국에서는 밥과 김치가 없는 끼니는 상상하기 어렵다.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감자’다. 홈스테이를 한다면 매일 감자를 먹을 수 정도로 이곳에서 감자는 김치와도 같은 식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배추김치, 무김치, 물김치, 총각김치, 백김치, 파김치, 고구마순 김치 등등 김치의 종류와 방식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은 것처럼 아일랜드의 감자도 종류가 많고 요리법도 많다. 그러나 한국의 김치가 배추를 오랫동안 보관하여 먹기 위해 염장하는 방법에서 시작된 음식이라면 아일랜드의 감자는 아픈 역사를 통해 식탁에 오르게 된 대표 식재료이다.


아일랜드에서 감자는 깊은 역사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일랜드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줄었던 ‘감자 대기근’ 시기가 있었는데, 영국에 800년 동안 식민지배를 받았던 농민들은 밀과 다른 곡식을 영국에 바치고 감자를 주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그렇세 아일랜드 식량은 대부분 감자에 의존했고, 감자 역병이 돌았던 동안은 식량이 없어 국민들이 굶어 죽거나 해외로 떠나야 했던 아픈 역사가 깃들여 있다. 이러한 여파로 아일랜드의 인구는 매우 감소하였고, 대기근 이후에도 아일랜드인의 해외 이주는 계속 증가하였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1900년대 중반까지 아일랜드 인구는 계속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800만 명에서 절반으로 줄게 된다.




흔히 아일랜드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감자 파는 코너다. 여기 이 넓은 매대를 한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감자들이 있다.


자세히 나누자면 거의 10가지의 감자가 있지만 여기 진열된 감자만 간단하게 분석한 결과 5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 한국에서 알감자로 불리는 baby potato

- 영국에서 온 maris piper potato(주로 삶기, 찌기, 굽기용)

- 자주색을 껍질을 가진 rooster potato(프렌치프라이용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 new season potato(4월부터 7월까지 나오는 햇감자: 이태리와 스페인 등에서 수입됨)

- irish potato(아일랜드산 햇감자, 좀 더 푸실푸실해서 매쉬용으로 사용)


같은 시기에 캐낸 감자라도 원산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저렴한 알감자는 1kg에 1유로 정도면 충분하며, 보통 3-4유로에 구매할 수 있다. 워낙 감자 소비량이 많은지라 작은 마트에도 10kg 포대로 판매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아일랜드에서 감자를 주식으로 먹었던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마트의 잡지를 통해 감자를 활용한 요리를 매우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아일랜드 산 햇감자를 골라 집에 와서 감자수프를 끓였다. 사진에는 과정이 생략됐지만, 리크(Leek:대파와 비슷)와 양파, 버터를 충분히 볶아준 후에 감자를 깨끗이 씻어내고 쪄낸 감자를 큐브 모양으로 썰어 넣고 계속 볶아주었다. 어느 정도 익은 후엔 우유를 적당히 넣고 믹서기로 갈면 완성이다. (소금과 후추는 입맛에 따라 넣으면 된다)


돌아다니다 보면 ‘피시 앤 칩스’를 판매하는 가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비가 오는 날엔 우리가 김치전을 부쳐먹는 것처럼 여기선 따뜻한 피시 앤 칩스(생선과 감자튀김)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 실제로 아이리쉬의 칩스 사랑은 우리가 김치를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인다. 최근 나의 식탁 위에는 김치보다는 감자가 오르는 경우가 잦아졌다. 밥 대신 감자를 먹는다던지 감자를 으깨서 크로켓을 만든다. 물론 요리하지 않아도 그냥 쪄낸 감자는 맛있다. 이참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감자를 원 없이 먹기로 했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김치를 맘껏 먹을 테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알못의 치즈 도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