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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Jul 06. 2020

치알못의 치즈 도전기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치즈가 있다.

나는 평생 딱 세 종류의 치즈만 즐겨먹었다. 여기저기 뿌려먹는 피자치즈, 라면에 넣는 슬라이스 치즈, 빵에 바르는 크림치즈.


유럽에 와서 놀랐던 사실은 치즈만 파는 가게가 있고, 치즈만 다루는 마트의 작은 코너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영화 속 장면에 나올법한 데코레이션이나 쟁반짜장 그릇만 한 크기의 치즈 덩어리들을 보면서 눈을 한시도 뗄 수 없었다. 유제품 강국에 왔으니 저렴하고 맛도 좋은 치즈를 많이 먹어보자 다짐하고 과감히 도전했다.


그러나 여기저기 판매하는 치즈를 볼 때마다 먹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떤 치즈가 내 입맛에 맞는지도 모르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비교적 접근이 쉬운 마트의 치즈 코너에 가서 추천 스티커가 붙어져 있거나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치즈를 위주로 골랐다. 그렇게 겁도 없이 과감하게 도전한 첫 번째 치즈는 호불호가 엄청 갈린다는 블루치즈였다.


1. 블루/푸른곰팡이 치즈 (blue / blue veined cheese)

청색 또는 회색의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불규칙하게 형성되어 있는 치즈로 제조 과정에 페니실리움 로크 포르티(Penicillium Roqueforti)라는 푸른곰팡이 균이 사용된다. 성형이 끝난 치즈에 얇고 긴 바늘을 이용하여 수직으로 구멍을 여러 군데 내게 되는데 그 길을 따라 곰팡이들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 치즈 내부에 푸른곰팡이가 골고루 자라게 된다. 수분감이 많고 짠맛과 감칠맛의 농도가 짙으며 날카롭고 예리하게 톡 쏘는 맛과 향이 특징적이다.

처음으로 먹은 블루치즈는 ‘montagnolo blue’로 지난 치즈 대회에서 상을 받은 치즈라고 추천받아 구매했다. 블루치즈의 맛을 구별하지 못하는 입맛은 아무 블루치즈나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시도했는데, 종류는 다르지만 한국과 가격적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처음 시도했던 블루치즈는 치 알못에겐 신발 밑창을 씹는듯한 느낌이었다. 계속 먹으면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크래커와 꿀, 견과류가 없다면 단품으로 먹기 힘든 맛이었다. 그러나 블루치즈 소스를 만들어 먹으니 맛이 중화되어 고기와 함께 먹을 땐 충분히 먹을 만했다. 하지만 치즈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다면 강도가 약한 것부터 차근차근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2. 고트 치즈 (goat's milk cheese)

고트 치즈는 이름처럼 ‘염소젖 치즈’를 의미한다.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특유의 향 때문에 얼마 먹지 못하고 포크를 내려놓아야만 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레몬과 향긋한 허브향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양고기의 노린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평소에 양고기 특유의 냄새에 예민한 내가 고트치즈를 한입 먹었을 때 그 맛을 딱 느꼈다. 이건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지만 다른 고트치즈 중에 다양한 건과일과 함께 원기둥 모양으로 출시된 제품들도 있었다. 다른점은 우유로 만든 치즈에 비해 유당이 적어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다. 또한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 A도 풍부해서 영양적 측면에서 우수한 치즈라고 한다. 게다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곳(2-3유로)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더 다양하게 시도해봐야겠다.


3. 생치즈 (fresh cheese)

수분이 80%까지 함유된 비숙성 치즈. 부드럽고 순하고 약간 톡 쏘는 맛이 나며 빨리 상한다. 별도의 숙성 과정을 거치치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치즈이다. 부드러운 식감과 강하지 않은 향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코티지와 리코타 치즈, 페타치즈, 스트링 치즈가 여기에 속한다.

나는 모짜렐라, 마스카포네치즈, 떠먹는 자연치즈를 구매했다. 모짜렐라는 큐브 모양으로 썰어서 샐러드에 넣고, 마스카포네는 티라미스를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자연치즈는 생각보다 산미가 강해 얼마 먹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생치즈는 평소 우리가 먹던 맛과 크게 다르지 않고 향도 강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쉬운 치즈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이 없다. 놀랍게도 모짜렐라 한 덩이에 1000원밖에 하지 않아 각종 샐러드나 빵 여기저기에 곁들여 먹었던 치즈 종류이다.



4. 경성치즈

그레이터에 갈아먹는 단단한 치즈를 말한다. 반경성 치즈와 다른 점은 수분을 빼고 가열해 압착했다는 점이다. 수분함량은 30-40프로로 장기간 보관하기가 쉽다. 대표적으로 파마산, 그라도 파다노, 그뤼에르 치즈가 있다.

경성치즈 중 우수한 쪽에 속하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구매(3.5유로)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라노 파다노 치즈는 사료로 먹은 소의 우유에서 추출하지만 파르미지아노 치즈는 한정된 지역에서 풀을 먹고 자란 소에서 나오고 숙성 또한 12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갈아먹는 치즈라 파스타나 샐러드 위에 솔솔 뿌려먹어 부담 없이 먹기에 좋았다. 혼자 먹는지라 아직 4분의 3은 그대로지만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서 선택하길 잘한 치즈였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이 치즈는 1996년 EU로부터 DOP(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 원산지 보호 제품)로 선정되었으며, 2008년 유럽 법정(European Court)으로부터 ‘파르미장(parmesan)’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경성 치즈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5. 연성 치즈

페니실리움 칸디듐(Penicillium Candidum)이라는 흰 곰팡이 균을 이용하여 흰색의 솜털과 같은 외피를 치즈 전체에 형성한다. 숙성기간은 2~3주 정도 소요되며 껍질을 닦느냐 닦지 않느냐에 따라도 구분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브리치즈, 까망베르 치즈가 있으며 껍질과 내부의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브리치즈는 크래커에 꿀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인터넷에 보면 브리치즈 구이, 샌드위치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까망베르와 브리치즈는 겉으로 보기에 차이가 거의 없지만 맛의 차이가 약간은 있다고 한다. 하얀 껍질 부분이 풍미를 끌어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브리치즈를 먹었을 땐 부담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음엔 까망베르 치즈에 도전장을 내밀어 봐야겠다.

브리치즈(왼쪽)와 까망베르(오른쪽)


6. 반경성 치즈(uncooked pressed cheese)

비가열 압착 치즈라고 불리는 반경성 치즈는 겉은 딱딱하지만 안쪽은 부드럽다. 말 그대로 반경성으로 일반적인 부드러운 치즈를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형태는 주형 틀 안에서 커드를 압착하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다. 에담, 체다, 고다치즈가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 황금빛이나 색 노란빛을 띠고 있는데, 색소를 넣은 것이 아닌 숙성과정 중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색이다.

마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치즈이자 저렴하기도 하다. 풍미가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한 맛이라 슬라이스 치즈 대신 자주 즐겨먹었다. 에담과 체다에 비해 고다는 향이 짙었지만 풍미가 좋아 인상깊었다. 특히 체다는 반경성치즈 중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치즈로 다양한 숙성정도에 따라 색도 달랐고 각종 과일이나 견과류를 많이 추가한 제품들이 많이 보였다.


치알못이 추천하는 치즈 도전 코스는 생치즈- 반경성치즈-경성치즈-연성치즈-고트치즈-블루치즈 순이다. 물론 이 추천코스는 아주 개인적 의견이지만 세상의 많은 종류의 치즈를 한번쯤은 꼭 먹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비록 실패할지라도. 여행처럼 음식 또한 경험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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