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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Jul 12. 2020

1년간 4번의 이사를 했다.

맥시멀리스트의 삶은 힘들다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미니멀리즘의 반대)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예쁘면 구매하고 순간의 쾌락을 위해 물건을 가지는 게 즐겁다. 그 덕에 내 방 벽면엔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이 많고 너저분하다. 최근 1년 간 4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늘어나는 것은 짐뿐이었는데, 지금은 우습게도 돌아가기 전에 짐을 줄이겠다고 아껴두었던 것들을 모조리 버리는 중이다.


본래 ‘이사’는 한집에서 20년간 살았던 나에겐 먼 이야기였다. 자취를 하더라도 집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 때는 쉽게 짐을 부치고 가져올 수 있었지만, 외국에서는 혼자서 지금 가지고 있는 짐을 모조리 떠안고 다녀야 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나는 짧게 사는 1년간 유독 이사를 많이 했던 케이스였는데, 그동안 했던 몇 번의 이사를 차근차근 돌이켜보았다.



 번째 이사

한국에서 아일랜드로 갈 때 작은 백팩 하나와 26인치 캐리어 2개에 한가득 짐을 담았다.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는 짐은 전기장판과 침낭, 롱패딩 같은 추위를 이겨낼 만한 것들이다. 압축팩을 구매해서 꾹꾹 눌러 담아 총 35kg를 채웠다. (꼭 필요한 것들로 채웠다고 생각했지만 여기서 버리는 게 절반...)


 번째 이사

아일랜드에서의 첫 번째 정착을 위해 4일간 지낼 방을 구했고 그 후 이사를 했다.  4일 동안은 캐리어도 풀지 않고 짐도 늘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사 간 두 번째 집은 무척 추웠다. 이불을 장만하기 전이라서 전기장판을 꺼내고 침낭 속에서 잤는데도 추위가 가시지 않아 그 위에 롱패딩을 덮고 잤다. 이틀 후 이불을 장만했고, 합리적인 짐이 늘었다. 캐리어에 있던 짐을 다 풀어내니 옷걸이가 많이 필요했고, 담아둘 선반도 여러 개 구매했다.


 번째 이사

살던 집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마땅한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집을 구하는 동안(1달 정도) 짧게 살 집을 구했다. 택시로 집을 한가득 옮기고도 부족해 다음날 또 택시를 타고 짐을 옮겨야 했다. 내가 가진 짐은 캐리어 2개에 기내용 캐리어 하나가 늘었고 이불, 전기장판, 담요, 옷걸이, 이케아 백에 한가득인 조리도구 들이었다. 이때 이사는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다시 집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좌절했다. 이제 정착하고 싶어!!


 번째 이사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드디어 마지막으로 살 집을 구해서 이사를 했다. 캐리어 두 개, 기내용 캐리어, 비슷한 크기의 보스턴백, 큰 택배 상자가 늘었다. 그동안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 몇 번이고 고민했지만 조절하는데 실패한 듯하다. 계단을 족히 6번을 왔다 갔다 했다. 이상하다... 예쁜 커트러리 세트도 6개월을 고민하다가 산 건데;;


마지막 이사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약 한 달 정도 남았다. 비행기 수화물 제한으로 캐리어 무게를 추측하기 위해 그동안의 짐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동안 언젠간 쓸모가 있겠지 하며 차곡차곡 모아둔 것들을 100리터의 쓰레기통이 가득 찰 정도로 미련 없이 버렸다. 아직까지도 미련이 남는 게 있지만 스스로 그만큼 비워냈다는 게 대견하다. 물건을 데리고 오고 버리는 일을 반복할 때마다 처음부터 가져오지 말자라고 다짐한 적이 여러 번이지만 사람 습관은 변하기 어렵다. 아직도 더 비워내야 할 것이 많다.




최근 1년간 했던 많은 이사를 통해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 한국에서 가져왔음에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모조리 버려야겠다고 느꼈다. 변명을 하자면 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특히 음식에 대해서는 먹어보지 않은 식재료를 궁금해하고 물건도 사진이나 실물을 보면 다 쓸모 있어 보인다. 구경 갔다가 양손을 무겁게 하고 오는 일이 허다하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루에 가진 에너지는 제한이 되어 있는데, 쓸데없는 일들에 분산되지 않고, 정말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일과 내게 정말 중요한 가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들춰보고 하루에 많은 일을 소화하려고 하는 나에게 이제는 미니멀리즘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국에 있는 나의 방에도 수많은 옷들과 짐들이 쌓여있다. 돌아간다면 제일 먼저 ‘비워내기’를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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