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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Aug 09. 2022

특별한 우영우는 어디에도 없다.

발달장애인은 어디서 일할 수 있을까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요즘 남녀노소 모두 관심 있게 보는 드라마입니다.


자폐스펙트럼이 정신지체부터 발달장애라는 단어로 정의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참고로 발달장애 정의에는 자폐스펙트럼, 지적장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굿닥터부터 우영우로 매체에 집중되기까지, 발달장애인 대부분이 사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집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실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도 종종 볼 수 있지만요.


그러나 이런 관심 또한 잠깐이고, 다시 잊히겠지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에서는 '빽으로 들어왔다'는 게시판 글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권모술수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영우는 이해해야 할 약자가 아니라, 강자다."


사실 발달장애인 중에서 우영우는 (최고) 강자입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배우고, 매번 1등을 놓치지 않고 무사히 졸업하여 사법시험까지 합격합니다.

비장애인도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해낸 거죠.


하지만, 우영우는 사법시험에서 고득점으로 합격했어도 작은 변호사 사무소에도 취업하지 못합니다.

일반적인 사회 안에서는 우영우는 약자가 맞습니다.


강자였던 우영우가 사회에서 약자가 되었던 이유는

단순히 사회성이 낮아 변호사로서 의뢰인과 소통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우리가 발달장애인과 함께 직장동료로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일까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우영우는 특별합니다. 

우영우처럼 업무를 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은 거의 없다고 보거든요.




여전히 발달장애인 고용률은 다른 유형의 장애에 비해 30%로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취업을 하더라도 월급은 평균 40만 원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이죠.

갑작스러운 돌발행동, 낮은 사회성, 업무능력 등을 고려한다면 이해된다고 하지만,

과연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70%의 발달장애인들은 어디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1. 보호작업장

일반적인 고용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보호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직업상담이나 직업평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입니다. 자조모임이나, 사회성 향상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운영합니다. 직업훈련이다 보니, 강도 높은 업무보다는 단순 업무(임가공조립, 세차 등)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고 급여 또한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보호작업장과 같은 목적의 시설이지만, 가공식품이나 복사, 화장지 등 몇 가지 아이템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금을 활용하여 장애인들의 임금을 주거나 시설을 운영합니다.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1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역시 임금이 100만 원 이하로 낮은 편이 대부분입니다. 한 사람이 8시간을 일하기보다는, 두 사람이 4시간씩 일해서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3. 사회적 기업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영리보단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생산,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장애인 고용을 위해 존립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익화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꾸준하게 성장해야 하는 기업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정기적인 훈련이나, 프로그램 없이 실제로 4-8시간씩 생산, 가공업에서 일하게 되는데, 중증장애인 생산품 등 판매율이 낮아 아직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4. 일반 기업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을 일반기업에서 찾기 어려운 이유는, 직설적으로 말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업무 적응속도가 느리고, 실수를 반복하다 보면 옆에서 지켜보는 직원들도 힘들어지고 일의 능률도 떨어지겠지요. 이것이 우리가 일터에서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과 함께 일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은 약자이니 우리가 배려해야 한다. 혹은 놀릴 수 있는 쉬운 존재라고 

각자 다르게 생각하고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다른 점은 단 한 단어만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장애와 비장애


고작 '비'라는 한 단어로 나뉘는 우리는 완전히 다른게 아닌 똑같은 사회 구성원이며, 한 번쯤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만났을 때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드라마인 건 확실합니다.

앞으로 특별한 우영우와, 발달장애인이 독립적인 주체로서 비장애인들과 일하게 되는 세상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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