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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Apr 21. 2023

시급 3500원의 일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

우리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도 일하고 싶습니다.

연말이 되면 늘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슈는 바로 '최저임금'입니다.

이는 국가에서 근로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률로써 정한 최저의 임금입니다.

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 국민이라면 한 번쯤 내년에 최저시급이 얼마나 인상되는지 검색해 보셨을 텐데요.


과연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실제 현실에서 합법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노동자들은 매년 9000여 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2023년, 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노동자'는 장애인, 가사노동자, 외국인선원 등이 속합니다. 그중에서도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80% 이상은 보호작업장이나, 직업재활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죠.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장애인들의 월평균 임금은 30만 원대인데, 과연 그곳에서 오래 일하려고 할까요?

놀랍게도 그곳에서 일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죠.


장애인 고용의 현실

장애인고용공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률은 36.4%로 전체인구 고용률에 비해 절반에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기업마다 의무고용률 3.1%(공공기관 3.6%)을 채우지 못하면 고용부담금을 과세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60% 이상은 여전히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을 경우 내는 부담금은 '최저시급'에 불과해 장애인을 고용하여 어려움을 겪기보다 부담금을 내는 방법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금융권 업체들이 고용부담금을 내는 액수는 연간 200억에 달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법원 등 공공기관 역시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채우지 못하고 엄청난 액수의 부담금을 내고 있는 현실입니다.


->  대형 은행들 '장애인 고용' 외면… 부담금 200억 원 넘어 | 연합뉴스 (yna.co.kr)

->  경기도교육청, 장애인고용 위반 부담금 226억 원 '최고치' | 아주경제 (ajunews.com)



해외 사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독일의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는 우리나라보다 허들이 높고 혜택이 많습니다. 


20인 이상 공공 및 민간 사업장은 5%의 중증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닌다.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 장애인 한 명을 고용할 경우 3년 동안 최대 70%까지 급여를 지원한다.

중증장애인을 직업 교육생으로 채용할 경우 급여의 80%까지 지원한다.

채용한 중증장애인을 기업이 해고하기 위해서는 담당 통합관청에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독일 민간기업의 60% 이상은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또한 고용 의무가 있지만 단 1명의 중증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도 25%에 달합니다.


많은 혜택과 페널티가 있음에도 기업들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요?


장애인 고용을 해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관리자 운영 인건비가 이중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을 고용하여 인건비를 더 내기보다는, 고용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담금을 내는 방향을 선택하는 겁니다. 


독일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높지 않은 고용부담금'에 주목했고, 2025년부터 6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의무고용 미이행에 따른 부담금을 최대 월 720유로(한화 약 100만 원)까지 높이는 입법안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며, 장애인 고용률에 대한 고용부담금 또한 최대 최저시급에 불과합니다. 현재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기업의 부담금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년 100억이 넘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 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급 3500원이라도 받고 일하고 싶은 장애인들에겐 우리 사회가 가혹한 현실임이 분명합니다. 기업과 장애인근로자가 정부 제도에 의해서가 아닌, 서로의 필요에 의해 근로 계약을 맺는 일이 많아지길 바라며 다음 내용에서는 '질적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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