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Nov 26. 2021

유니 엄마로서 어려움

옆에 있어줄게

내가 보는 유니 성격의 특징 중 하나는 긴장도가 높다. 그리고 긴장도가 높아질 때 말을 많이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상태의 최고봉은 중학교 내신 기간에 보여주는 아이의 모습이다. 


유니는 시험을(학교시험) 보고 나면 학교에서 채점을 하지 않는다. 자기는 멘탈이 약해 다음 시험에 영향을 줄거 같단다. 학교에서 밥도 안 먹는다. 집에 오면 밥부터 먹여야 할 것 같은데 아이는 내게 우선 쇼파에 앉으라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유니는 시험 '썰' 을 푼다.


시험 시작 전 이야기부터 멘붕이었던 문제, 헷갈렸던 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이유를 말하며 나의 공감과 수긍의 리액션을 원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나면 한문제 한문제 답을 확인하며 채점을 한다. 행여 내 눈빛이 흐려지거나 대충 호응을 해주면 기똥차게 알아차려 성의있는 대답을 원한다. 채점을 할 때 시간을 단축 하고자 답을 불러준다해도 싫다하고 나를 그림처럼 앉혀놓는다. 이 과정이 끝나야 간식도 먹고 자기방으로 들어간다. 유독 시험준비기간보다 시험을 치른 날 나를 필요로 하니 원하는 자세로는 있으나 내가 지금 뭐하나 싶다. 간혹 내가 팩트폭력을 가해서 겉잡을 수 없는 유니의 반응이 나올수도 있으니 정신을 잘 부여잡고 말이다. 아이가 불안주머니를 비워내는 중인가 하면서도 약 2시간 동안 이런 꼬라지를 필때 아무일도 못하고 잡혀있으니 헛웃음이 난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유니가 지난주에 고등학교 지망서를 갖고왔다. 목요일까지 제출을 해야했다.  선택과 결정이 어려운 아이니 또 벌을 서겠구나 싶었다.  수요일 학원다녀와 저녁을 먹으니 밤 10시가 넘었고, 유니는 이제 고등학교 이야기를 푼다.  


1지망 학교후보를 다섯개에서 세개로 추렸다. 두개를 줄이는데 하루를 썼고, 오늘 한곳을 선택해야 한다. 유니는 결정하는것을 힘들어했다. 확신이 부족했고 원하는 정보가 없어서 어려웠을거라 생각이 든다. 유니는 어렸을때부터 중요하지 않은 결정에도 고민을 오래했었고 이번에도 오래걸리려니 했다. 그렇다고 선택을 대신 해주면 그것을 고분고분 받는 아이도 아니다. 말은 원래 많은 아이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선택에도 이유가 있으니 기달릴 수 밖에. 졸음이 쏟아진다. 


여니를 낳고 유니의 이런 성향이 여니에게도 있으려나 했는데 여니는 선택과 결정이 빨랐다. 선택한 것에 후회가 있다해도 적당히 불평하고 지나가서 아직은 다행이었다. 만약 같은 기질이 태어났다면 내 귀는 닳아 없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빠른 선택을 재촉하였고 유니는 생각끝에 C를 쓰겠다고 했다. 나는 선택을 재확인하고자 다시한번 생각해봐라고 했더니 아이가 그말에 징징거린다. 나는 눈이 감겨 짜증이 나면서도 유니가 귀엽기도 해서 웃음이 났다. 유니는 다시 생각해보더니 그래도 C를 쓰겠다고 했다. 결정 후 엄마는 어떻냐고 묻는다. 나는 C.D를 생각했는데 D는 좀 더 먼것 같아 C를 가는게 좋겠다고 했다. 아이는 마음이 편해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유니에게 책임이 따르는, 바꿀 수 없는, 첫 번째 선택이라는 것이 어렵게 했을거라 이해해본다.

선택에 대한 결과로 길이 없어지거나 후회를 하게 될까 유니는 고민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런 선택의 시간이 많을텐데, 유니가 좀 더 경험하여 예측했던 길로 못가더라도 다른 길도 있고 새로운 길도 낼 수 있다는걸 알아차리길 바래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꼬라지를 펴며 불안주머니를 비워내는 아이의 엄마로서 '들어주는 엄마'로 있어주는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고입 설명회를 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