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열려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문이다. 이 문을 통과한 사람들은 고통과 시련을 온몸으로 견디고 불을 통과하는 연단의 세월을 걸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삶의 상처로 수없이 가슴앓이만 하다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 들어온 이도 있다. 마음의 상처를 훌훌 털어버리고 이제는 주변 사람의 아픔에 동참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공동체의식으로 뭉쳐있다.
‘글쓰기교실’에는 글을 쓰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회원들이 많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님은 회원들이 시니어인 점을 들어 가끔 살아온 과정을 치유의 방법의 하나로 글로 풀어내는 수업을 진행할 때가 있다.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이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아실현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슴속에 꼭꼭 묻어두었던 사연들을 세상에 들추어내고 개인의 아픔을 글을 통해 문학으로 꽃을 피운다.
오늘 수업은 대중가요를 통해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노래 속에서 찾아보는 수업이다. 대중가요가 사회에 미친 영향등을 토론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속에 숨어있는 사연을 얘기하거나 노래를 통해서 받았던 영감을 글로 발표하는 시간이다. 각자 마음속에 꼭꼭 묶여있던 사연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사 내용을 설명하거나 감정을 넣어 노래를 불러서 마음의 응어리를 토해내듯 열창하는 이도 있다. 내가 즐겨 부르는 잊지 못할 가스펠송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가장 힘들고 어려웠을 때 나를 일으켜준 노래다.
삼십 대 시절 나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있었다. 시간은 정지되고 흑백사진처럼 나열된 지난날의 일들이 영상처럼 하나둘씩 떠올랐다.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이 시작되었다. 배를 움켜쥐고 자리에 누웠다. 간헐적으로 오던 통증은 갑자기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시시각각 가슴을 조여 왔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급히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난소종양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병원 담당 의사의 설명이었다. 곧바로 입원절차를 마치고 수술에 들어갔다. 병원비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정경제 사정은 좋지 않았다. 수술 후 몸은 쇳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겁고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방향을 찾지 못한 마음은 어둠 속에 갇힌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다. 몸을 뒤척이다가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잠결에 감미로운 음악 소리에 눈을 떴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소유자인 나나무스쿠리의 가스펠송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귓속에 스며들었다. 활짝 웃는 초가을의 햇볕이 얼굴 위에 축복처럼 내리고 있다고 느끼며 무엇에 홀린 것처럼 나도 모르게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옆 침대 환자가 Mp3를 손에 들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감미로운 음악에 취해있었다. 몸을 괴롭히는 통증은 사라지고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만났다. 나는 빛을 따라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내 마음에 새로운 변화가 일었다. 높이 쌓아 올린 마음의 장벽이 무너지고 닫혔던 내면의 빗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밤과 낮은 소리 없이 바뀌고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감미로운 음악이 내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고통 속에서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내 삶의 역사를 떠받친 음악을 통해 치유를 체험한 놀라운 은총이었다.
‘글쓰기교실’에 입문하면서 힘들 때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의 하나로 글을 썼다. 진솔한 글 속에서 과거를 돌아본다. 일상의 고된 삶을 극복했던 기억을 더듬었다. 치유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글을 쓰면서 받은 마음의 평화가 과거 병상에서 음악을 통해 위로받았던 그때의 기억이 영상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조개는 제 살 속을 파고든 모래알 때문에 고통을 받으면서 아름다운 진주를 탄생시킨다. 각자의 삶 속에서 아픔을 통하여 성숙해졌고 그 아픔은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단련시킨다. 목욕탕에서 속살을 내놓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우리가 쓰는 글 속에는 위선도 가식도 없는 진솔한 모습을 그대로 쏟아놓는다. 허물어져가는 삶의 질서를 찾기 위해서 서로를 위로하면서 공감의 시간을 보내며 속마음을 털어내고 쓰는 글은 보석같이 빛을 발하고 있다. 슬플 때 흘리는 눈물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한다. 눈물이 아닌 글을 통해서 치유받는 글쓰기 회원들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열린 문을 통해서 행복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행복을 보장받을 권리이고 생존권이기도 하다. 행복을 향한 ‘글쓰기교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누구나 흠집 없는 빛나는 삶을 원하지만 삶 속에는 언제나 가시가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회원들은 주변에 둘러싸인 가시 울타리를 치워버리고 허물어져가는 삶의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스스로 행복을 개척한 사람들이다.
힘들고 외로울 때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 힘든 길을 가는 이에게 마법 같은 치유의 힘과 희망이 있는 곳 ‘글쓰기교실' 회원들은 희망을 노래한다. 저마다의 내일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