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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Nov 13. 2022

모던한 시간이라는 건

생각 노트 #22

 백지에 자그맣고 까만 친구들을 뛰놀게 하는 게 조금 어색한 느낌이다. 마지막 방목을 마치고 시간이 좀 흘러서일까. 당시에는 선선한 날씨를 그렸다면 이제는 그린 이들을 보내줄 때가 되었다.


 그래도 나를 탄탄히 유지해주는 글을 쓰는 삶이라는 뿌리는 항상 생생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귀찮은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쓰고 싶은 게 있는데 귀찮았다면 그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쓸 수가 없었다. 쓰고 싶은 게 없어서 말이다. 평일의 일과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 피곤함도 점점 바쁘지만 익숙한 나날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도 나에겐 무엇인가가 오질 않았다.


 생각이라는 게 조금 줄어든 듯했다. 사회생활을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생각 말이다. 항상 나만을 고집했고 자랑스러워했고 원망했던, 그 오랜 친구를 찾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나가지 않는 주말이면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해도 친구는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찾지 않을 걸까, 아니면 서로가 조금 멀어진 상태인 걸까. 원래는 찾지 않아도 항상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었는데 말이다.




 탐욕도 생기지 않았다. 무언가를 써야만 내 인생의 단계를 밟아가고 하나의 돌파구를 또 통과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괜스레 조용할 때면 강압적인 탐욕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그만큼 글은 나에게 생활이자 나만을 위한 이벤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려웠다.


 '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 써야만 한다는 불안감도 없어.'


 한 달하고도 보름 남짓, 글을 적지 않았다. 두 달, 세 달을 적지 않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스파크가 미친 듯이 튀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잠재우고 정리하고 보기 좋게 쌓아두느라 늦었을 뿐이었다.


 고요가 무서웠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스파크도, 빛도, 바람도 들지 않았다. 나를 감각적으로 반응하게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써 내려가는 것도 발버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솔하게도, 나는 글을 사랑한다. 꾸밈없는 거짓이라는 것을 정당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의미 없이 흘러가는 듯했던 40일 넘는 시간을 그물망에 속박시키려고 지금을 적는다.


 나에게 모던한 시간이라는 건 구심점이 탄탄한 일상에 사람과의 만남을 가지며 좋아하고 웃는다. 그리고 뒤돌아서는 발걸음과 함께 글을 적는 시간일 것이다.


 감정에 따라 어떤 시간이던 평가는 달라지는 법이라지만, 내 모든 감정선이 공감 가능한 시간이자 로망은 변하지 않는 문장일 듯하다.




 조금 더 휴일을 욕심내어서 누구나 말하는 기분전환을 다녀와도 좋을 것 같다. 흘려보내는 삶을 지향하는 나이지만, 가끔은 행복을 잡기 위한 도랑을 설계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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