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의 나무 심기
관객의 발길이 끊긴 2020년 10월, 부산에서 상록수 한 그루를 심고 왔다. 이 작은 전나무 한그루는 계절이 지나가도 늘 푸를 것이다. 따가운 가을 볕에도 물들지 않을 푸르름이 하늘을 향할 것이다. 하지만 그 뿌리는 어떤 색일까. 찬란한 전나무의 뿌리는 어떤 모양으로 자라나나.
가끔은 들여다보고 싶어도 영영 볼 수 없을 뿌리에 막걸리를 콸콸 붓는다. 삽을 들어 두세 줌의 흙을 뿌린 후, 토닥토닥 삽의 머리로 보듬는다. 무럭무럭 자라라. 가끔 떠올릴거야, 어두운 곳에서 홀로 버티는 힘에 대해서.
어둠은 차고 바람은 억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딘가에서 그 누군가는 지금도 버티고 서
있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