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계절이 돌아왔다.
꽃피는 봄이 오면, 이라는 구절이 있다.
헌데, 꽃피는 봄이 오면, 꽃 지는 봄이 온다.
피어남에 가려져 떨어짐이 잊혀지지만, 매년 봄에는 꽃이 피고, 진다. 피어남이 있는 것만큼이나 떨어짐도 있다. 만개가 있으니 추락이 따라온다. 환희와 절망이 엎치락 뒷치락 흙바닥을 뒤섞는다. 시작해보지 않은 이들은 “봄에는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봄이 시작이라고. 하지만 시작해 보고 끝나본 사람들은 안다, 봄의 끝은 꽤 서러운 거란 걸. 시작도 있지만 끝도 품은 계절, 그 속에 저만의 사계절을 사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아무튼, 봄에는 시작을 해야 된다. 그래야 끝을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