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즐성 Dec 20. 2023

연년생 육아가 힘든 이유

연년생을 계획한 건 아니다. 아이를 낳는다면 두 명 정도가 좋을 것 같다고 막연하게 남편과 얘기만 나눴을 뿐이다.


첫째를 낳고 초보엄마로 고군분투하던 시절이었다. 아이가 10개월쯤 됐을 때 한창 돌잔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에 돌잔치는 가족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회사동료까지 초대해서 함께 밥 먹고 이벤트를 즐기는 시간이었다. 장소는 이미 예약해 둔 상황이고, 사회는 누가 볼지, 어떤 선물을 준비할 것인지, 동영상 제작을 할 것인지 등을 남편과 논의하며 준비하고 있었다.


보통은 생리주기가 일정한데 그날따라 좀 늦어지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임신테스트기로 테스트를 해 보았는데 두 줄이 나왔다. 우리 부부는 한동안 말을 못 했다. 뇌가 멈춘 듯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리에게 온 선물 같은 아이를 처음엔 환영하지 못했다.


첫째 아이를 낳은 바로 다음 해에 둘째 아이를 낳게 된다. 그렇게 연년생 육아가 시작되었다. 쌍둥이보다 더 힘들다는 연년생 육아. 왜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 걸까? 순전히 내 기준에 비추어보자면 크게 세 가지인 것 같다.




첫째,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대며 싸운다. 


어린아이들끼리 싸우면 얼마나 싸우냐고? 그냥 만나기만 사면 싸운다고 보면 된다. 싸우는 것도 한두 번이지 하루에도 열두 번을 넘게 싸운다. 둘이서 만나기만 하면 꼬집고 물고 뜯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싸움의 한 장면이 있다. 어떤 이유로 첫째가 화가 난 것인지는 모르겠다. 첫째가 둘째의 등 뒤로 다가가서는 오른 팔로 둘째의 목을 휘감고서 죽일 듯이 목을 졸랐다. 눈에서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아이의 팔을 잡고 풀려고 했으나 독기 품은 아이의 팔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이러다가 둘째가 죽을 것 같아서 소리 지르며 첫째 아이의 팔을 마구 때렸다.


이 사건 이후로 두 아이의 거리가 1미터 이상 차이가 나야 안심이 됐다. 1미터 이하로 들어오면 그때부터 내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언제든 비상사태가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장시기가 차이가 난다.


두 아이는 18개월 차이가 난다. 첫째에게는 밥을 해줘야 할 때 둘째는 모유수유를 하거나 이유식을 하는 등 식사를 따로 챙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낮잠 자는 주기도 달랐다. 첫째가 낮잠 1번을 겨우 잘 때, 둘째는 낮잠을 2번 자야 하는 상황이었다. 둘째가 잘 때 첫째가 깨우고, 첫째가 잘 때는 둘째가 깨우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기저귀를 떼는 시점도 달랐다. 보통은 첫째가 먼저 기저귀를 떼고 둘째가 떼는 순으로 간다. 하지만 첫째가 좀 늦고 둘째가 빠르다 보니 첫째에게만 기저귀를 채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첫째가 상황을 눈치채고 속상한 얼굴표정을 하고 있길래 우리는 모른 척 둘째에게 억지로 기저귀를 채웠다.




셋째, 아이 눈치를 계속 보게 된다.


쌍둥이가 부러웠던 것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에게 갑자기 나타난 동생이란 존재, 본인도 아기인데 더 아기인 동생의 존재 자체에 대한 미움이 있는 것 같았다. 엄마와 아빠는 본인에게만 사랑을 부어줘야 하는데 갑자기 동생이란 녀석이 나타나서 모든 걸 뒤집어엎은 상황이 된 것이다. 


내가 둘째를 안고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키고 있노라면 첫째의 시선이 따가울 때가 많았다. 수유할 때 엄마처럼 해보라고 수유쿠션 대신 작은 베개를 앞에 대주고 인형을 눕혀서 상황극 하는 것처럼 꾸며보기도 했다. 첫째가 보고 있을 때는 되도록 둘째에게 애정표현은 삼갔다. 안아주는 것도 눈치를 봐가며 해야 했고 첫째가 다른 방에 있을 때를 틈 타 뽀뽀해 주고 예쁘다 말해주었다.




둘이서 으르렁대며 싸우고, 서로의 낮잠을 방해하고, 눈치를 보게 만들어서 연년생 육아가 힘들었다. 하지만 만 5년 정도 지나니까 이 모든 어려운 점들이 해결이 되었다. 아직도 서로에 대해 싫다고 말하지만 적어도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서로에게 날을 세울 때도 많지만 둘이서 쫑알대며 속닥거릴 때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아이들은 서로 싸우면서 큰다고 했던가? 싸우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성장한 것은 확실하다. 서로의 주장을 받아들일 줄도 알고 협상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배우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