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환자에게 진단명을 말씀드릴 때, 다소 어려운 용어는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근증후군도 그중 하나입니다.
다리를 꼬거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보세요. 이 동작을 할 때 가장 크게 자극을 받는 곳이 있는데 그 부위가 바로 '이상근(梨狀筋, piriformis)'입니다.
이상근은 엉덩이와 다리를 연결해주는 고관절을 지탱하고 단단하게 잡아주는 매우 중요한 근육입니다.
엉치뼈와 허벅지뼈 윗부분을 이어주는 근육으로, 천굴(피리 구멍처럼 생긴 골반의 가운데에 있는 뼈) 가운데 부분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근육을 말합니다. 그래서 이상근을 ‘궁둥구멍근’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상근의 영문명인 피리포미스(piriformis)는 라틴어에서 따온 말로 ‘서양의 먹는 배(Pirum) + 모양(Forma)’ 이 두 단어가 합쳐진 말입니다.
근육의 기저가 넓고 다리와 붙어 있는 부착 부위가 좁아지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 마치 서양배의 모양과 닮았다고 해 ‘배나무이 모양상 힘줄근’이라고도 부릅니다.
엉덩이 근육 중에 가장 큰 근육은 대둔근인데, 이상근은 대둔근 안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만져지지 않는 안쪽 근육입니다.
이상근증후군은 좌골신경통과 유사하게 통용되곤 합니다. 이상근의 아랫부분에는 허리부터 다리까지 이어진 좌골신경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상근이 딱딱해지거나 붓고, 염증이 생기는 등 손상되면 그 밑을 지나가는 좌골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서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여졌는데
천장관절(엉치뼈와 엉덩이뼈가 만나는 관절)에 이상이 생겼을 때 혹은 이상근의 긴장도를 높이는 나쁜 자세나 습관 등도 이상근증후군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근은 ‘다리를 벌릴 때 도움을 주는 근육(엉덩이 관절의 외/내회전, 엉덩이 관절을 굽힌 상태로 다리 안쪽으로 움직이는 동작 등)’이기 때문에 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앞서 이상근은 ‘엉덩이 관절을 구부린 상태에서 다리 안쪽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할 때 관여하는 근육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양반다리나 다리를 꼬는 습관을 유지하게 되면 이상근이 계속해서 경직된 상태가 됩니다.
양쪽 다리를 벌린 채 다리를 안쪽으로 접어서 앉기 때문에 이상근에 무리가 가는 것입니다.
자동차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허벅지를 굽힌 자세로 양쪽 다리를 조금 벌린 상태에서 오른쪽 다리는 계속해서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밟는 등 힘을 주게 됩니다.
고관절과 다리에 체중이 집중된 상태에서 액셀을 밟기 위해 다리를 벌리며 움직이면 엉덩이 관절의 외회전이 생기는데, 장시간 운전은 이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므로 이상근의 경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이상근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태아가 커갈수록 배가 나오면 임산부는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몸을 뒤로 젖히거나 팔자걸음처럼 다리를 벌려 걷곤 합니다. 의자에 앉을 때도 다리를 벌려서 앉아야 조금 더 안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또한, 출산 과정에서 장시간 다리를 벌리고 있어야 하므로 이상근의 긴장도가 매우 높아지고, 더군다나 산통이라는 크나큰 고통으로 인해 온몸이 경직되고 긴장된 상태가 계속됩니다.
그래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분 중에 이상근증후군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넘어지거나 다치는 낙상은 고관절 골절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가벼운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이러한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할 경우 이상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어르신 중에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려고 할 때 중심을 잃어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골절이 생기는 정도의 강도는 아닐지라도, 이처럼 엉덩방아 찧기가 반복된다면 이상근이 경직되거나 그 주위가 붓고 비대해져 좌골신경을 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상근증후군이 생기는 사례는 다양하지만, 그 증상이 허리디스크 혹은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인한 방사통과 매우 유사해 다른 질환과 혼동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엉덩이 통증이 심하고
허벅지 뒤쪽으로 뻗치는 다리 통증이 주로 나타나며
장시간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환자들은 다리가 결린다거나 마치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표현함)
관절질환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단순히 특정 증상만으로 질환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고, 자칫 오인해서 엉뚱한 부위에 자가치료를 하는 환자도 더러 있습니다.
가령 다리 통증이 있으니 무조건 다리에 파스를 붙이고 찜질을 하거나 가정용 저(고)주파기 등으로 자가치료를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방법은 전문의와 상의 후 (필요할 경우) 환자의 통증 회복을 돕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보조적 방법일 뿐, 질환을 오인해 무분별한 자가치료로 자칫 병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이를 꼭 기억하시고 경미한 증상이라도 먼저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