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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Apr 23. 2021

#15. 프로젝트의 비전만 보라.

고연봉자와 아닌 자는 그것에서 달라진다.

나는 회사를 결정할 때 회사의 규모, 연봉 등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회사의 복지 제도도 상관하지 않는다. 20대 당시에는 복지나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것 역시도 회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로 작용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 아니면 그 돈도 차라리 연봉으로 받길 원해서? 절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기준들은 절대로 내게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귀찮고 번거로운 걸 기피하는 개인적인 성향도 한 몫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가 얼마 전 들어갔던 회사에서 개발자들과 상사들이 내게 그런 말을 했다.


" 시선님은 아직도 굉장히 순수하신 거 같아요. ㅋㅋㅋ "

" 제가요? 왜요? "

" 프로젝트만 보고 결정하니까요. ㅋㅋㅋ "


그 말을 듣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올 뻔 했다. 회사를 입사할 때 그 회사가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왜 구현하려고 하는지를 따져보는 게 과연 순수한 걸까?

사실 이건 매우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프로젝트 따윈 별 관심없고 복지나 연봉 수준을 중시 여기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것이 나쁘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차이이니 말이다.

다만 개발자로, 기획자로, PM으로...무슨 포지션으로 근무를 하든 당장 올해까지만 하고 다른 일을 할 것이 아니라면...집에가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본인의 지난 날을 되새겨 보길 권유하고 싶다.



내가 프로젝트만 놓고 입사를 결정하는 이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늘 좋은 회사, 괜찮은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장담하진 못한다. 어디까지나 입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내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사를 해보니 엉망이거나 스캠(scam)에 가까운 경우도 더러 있었다. 나는 신이 아니기에 미래를 내다볼 순 없다. ( 만들 순 있겠지만 말이다. )


프로젝트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해대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굉장히 곤란해한다.

그리고 대부분 "아직 입사 전이기에 자세히 공개해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라고 말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막상 보면 특별한 기술이나 시스템도 없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 자체도 그리 신박하지 못하고.


프로젝트만 재미있다면 나는 연봉에 크게 목을 매지 않는다. 심지어 200만원대의 급여를 받고 참여한 적도 있었다. 연봉부심, 돈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겐 연봉,회사 이름값보단 프로젝트의 비전이 제일 중요하다.


꼭 IT분야가 아니더라도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다. 하다보면 자의든, 타의든 혹은 주변 환경, 국가 정책에 따라 일이 잘못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전면적인 수정에 돌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사업 자체가 좌절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능력있는 직원이라 할지라도 이미 침몰하기 시작하는 타이타닉을 정상적으로 바꿔놓을 능력은 갖지 못한다.


새로 다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새로운 회사는 입사 지원자의 연봉을 보고 능력을 가늠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프로젝트를, 어떤 역할을,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만 놓고 평가"한다.

별 다른 프로젝트도 아닌데 연봉만 높다면 물론 '아. 능력이 있으니까 이정도를 받았겠지'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반면 프로젝트가 제법 괜찮았다면 무너진 이유도 궁금하겠지만 그가 담당했던 역할이나 기여도,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왜 선택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될 것이고 더불어 잘못 된 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원자의 능력으로 비춰질 수 있다. 회사가 무너지는 것은 일개 몇몇의, 그것도 임원이 아닌 직원의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봉을 올리는 건 쉽지만 좋은 프로젝트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또래에 비해 낮은 연봉을 받고 있지 않다. 경기가 불황일 때에도 연봉이 조금 하향되기는 하지만 대개는 납득할 정도의 수준을 보장받으며 많은 회사들의 콜을 받는 편이다.

회사를 결정할 때 연봉만 놓고 고민하는 후배들, 동료들을 보면 나는 따끔하게 감히(?) 조언을 하곤 한다.


" 연봉은 둘째치고 그 회사는 어떤대? 프로젝트는 뭐야? 어때보여? "

" 그냥 뭐 OOO이야. 그런데 연봉이 좀..그래. "

" 연봉이야 올리면 되는 건데 뭘 그리 고민을 해. "


연봉. 사실 중요하긴 하다. 수입이며 한달을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환경과 "다음 달에 월급받으면 사먹어야지."라고 생각만 하며 사는 환경은 당연히 차이가 있다. 후자가 원동력이나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긴 하지만 별로 겪고 싶은 환경은 아닌게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프로젝트를 만나는 것은 연봉보다 더 어렵다. 또한 좋은 프로젝트를 못 만나는 경우가 많다면 평범한 프로젝트를 좋은 프로젝트로 개선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꼭 우리의 일상을 멋지게, 누구라도 "우와~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만이 좋은 프로젝트는 아니다.


내가 재미있고, 만드는데 재미있고 그것을 누군가가 "오~ 괜찮은데"라고 평가해주면 그게 바로 좋은 프로젝트이다. 단언컨대 연봉만 보고 결정하는 자와 프로젝트만 보고 결정하는 자의 훗날 연봉 수준은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여담으로 내가 부모님의 빚을 갚고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대출없이 구매하게 된 것도 연봉을 고집한게 아니라 프로젝트만 고집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 물론 나도 다른 회사 직원이 더 좋은 연봉을 받는다는 말을 들으면 배가 아프기도 하다. )




20대 초반 처음 기획자로 들어왔을 때 기획을 가르쳐주던 선배가 있었다.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 빠르게 올라간 연봉만큼 네가 내려가게 되는 것도 빠를 것이다. "

그 때에는 저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하지만 경력자가 되고 이제 직급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위치에 서보니 느끼게 되었다. 높은 연봉을 받게 되는 만큼 찾을 회사는 점점 줄어든다는 의미였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굳이 고연봉자를 쓸 회사는 없다. 물론 그가 대단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구현해 낼 능력이 보장되어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의 달콤함은 직업을 바꾸게 만들 독약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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