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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Oct 27. 2021

#20. 인턴을 겪어보다

당돌한건가, 무개념인건가...

라떼를 시전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40대인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의 면모를 보여줄 때가 있다.

20대 시절. 인턴이라는 제도가 없던 것은 아니였지만 게임 업계에서 인턴이란 직급, 신분자들은 없었다.

딱히 게임에 대한 정의조차 불분명하던 시대에서 올 인턴도 없었지만 인턴을 둘만한 회사도 없었다.

열정페이와 특근, 야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게임업계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말이 신입이지, 사실상 그들이 인턴이나 다름없었다.

신입들의 삶은, 하루 일과는 단순하고도 반복적이었다. 회사마다 조금씩은 달랐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일단 지각, 결근 같은 건 꿈도 못 꾸었고 월차나 연차의 개념도 해당되지 않았다.

정말 집에 일이 벌어져야만 승인 하에 사용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눈치를 봐야 하는 건 당연했다.

오죽하면 신입 시절 팀장의 멱살을 잡았을까... ^^;;; (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인턴이 온다는 말에 가장  첫번째로 한 말 "내 팀에 인턴은 없습니다."


게임, 웹&앱, 기능성, 블록체인, VR 등...수 많은 회사와 프로젝트를 거쳐봤다.

프로젝트가 출시되고 보류되고 나름의 성공과 좌절을 맛보면서 나는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개발과 사업을 어느 정도 아우를 경지에 오르니 어느 덧 내 나이  40대에 접어들었다.

거울을 보면 아직도 꿈과 열정 가득하던 20대 같은데, 남들이 바라보면 영락없는 40대 아저씨이다.

지금 회사 대표님의 간곡한 부탁에 입사를 결정하던 날, 인턴이 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 인턴이 한 분 오실겁니다. "

" 제 팀에 인턴은 없습니다. 받지 않겠습니다. 다른 팀으로 보내세요. "



아마도 종종 인터넷 기사로 보게 되는 젊은 세대들의 언행이 싫은 것이었을 것이다. 일을 못하는 건 경험이 없기에 당연하지만 권리는 누리고 싶어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은 없지만 인센티브는 받고 싶은...


컴퓨터 관련 학과를 전공했다기에 그래도 나름 써먹을 수는 있을 듯 하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PC 포맷은 물론 기본 세팅도 제대로 못해 버벅거리는 걸 보니 쓴웃음이 나왔다.

툭하면 지각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보다는 핑계가 먼저 나오는 모습에 기가 차기도 했다. 아무리 사회 경험이 없다지만 요즘같이 미디어와 매체가 발달 된 시대라면 어느 정도의 사회 생활 개념 정도는 갖고 올 줄 알았는데 여전히 대학생의 티를 벗지 못했다.



출장지에서 하는 말 "저 채용해주세요. 그 정도 힘은 있으시잖아요? "


내년에 결혼이 예정되었기에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보내는데 아내 될 사람에게 인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참고로 집사람이 될 분은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근무하는 관리직이다.


" 오빠도 처음엔 그랬을 거 아니야. 잘해줘. "

" 난 처음부터 잘했지. "


나에게도 신입 시절이 당연히 있었다. 사실 난 그때 포맷을 할 줄 몰랐다.

게임도 우연히 출전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뿐이지, 사실 게임을 잘하거나 즐겨하는 편도 아니였다.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은 있었지만 내게 게임회사는 그냥 직장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포맷을 못했지만 이상하게 PC를 포맷해야 하는 순간마다 심부름을 나가게 됐고 결국 포맷은 선배들이 대신 해주곤 했었다. ( 물론 지금은 어중간한 고장 따윈 고칠 정도가 됐지만 )


포맷은 할 줄 몰랐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곤 했다. 보고서나 회의록, 기획서 등은 인터넷에서 다른 분들이 올려둔 것들을 보고 밤새 따라 작성하고 지우고 작성해보면서 공부했다.

자잘한 지적은 있었지만 신입치고는 꽤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승진도 빨랐으며 그만큼 나는 밤샘을 많이 했었다. 모르는 걸 묻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터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마침 인턴이 그 지역 인근에 거주하기에 동행을 하게 됐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뜸 인턴 직원이 내게 "채용해주실거에요?"라고 물었다. 아직은 평가기간이기에 나는 "글쎄요. 그건 나중에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결정되겠죠."라고 말해주었다.


인턴은  집요했다. 그 정도 파워는 있으신 거 아니냐부터 열심히 했는데 왜 확정을 못 짓느냐고 물었...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따지듯 물어왔다.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대체 어떤 교육을 받아오면 이렇게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턴이기에 모르는 게 많고 못하는 게 당연하게 보일 수 있지만 잠재가능성, 적극성 등 여러 조항을 체크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해 반영하겠다고 못을 긋고 복귀를 했다.

불쾌하고 어이가 없기는 하지만 이 일이 평가에 반영 되진 않을 것이다. 어차피 최우선 고려 항목은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여부"일 뿐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 인턴제는 내 회사에는 없을 듯


만약 내가 창업을 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인턴제를 둘 생각이 없다.

물론 이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기에 인턴 = 적극성 결여 로 바라봐선 안되겠지만 내가 겪어 본 인턴 분들은 대부분 적극성이 떨어졌다. 그냥 학교에 다니듯 출퇴근을 반복했고 딱히 젊은이에게서 보여질 수 있는 패기나 도전 정신도 안 보였다. 인턴 2~3명을 채용하느니 차라리 신입 직원을 한 명 채용해 잘 가르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 친구는 왜 매일 20분씩 지각을 하지, 퇴근은 칼같이 하면서...

팀장에게 물어보니 그냥 웃는다. 너도 내 생각이랑 같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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