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정확히 알게 되는 시간, 백수의 삶
회사를 관둔 지도 벌써 일주일이 됐다.
마치 하루가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백수로의 삶은 내게 정말 꿀 같은 시간이다.
딱히 게을러지거나 여행을 가거나 무언가 배우는 시간으로 활용하진 않지만 요즘들어 하루 하루가 정말 사람답게 사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든다.
내 기상 시간은 원래 오전 6시였지만 나는 이제 7시 30분에 눈을 뜬다.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밖으로 나가 아침으로 먹을 빵을 사가지고 온다. 창 밖을 바라보며 별 생각없이 커피를 마시면서 출근길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백수가 되고 달라진 가장 큰 차이는 하루에 10km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오전이든 오후든 걷고 싶을 때 나가서 산책로를 따라 5km씩 왕복 10km를 걷고 돌아온다. 지난 날도 생각하고 앞으로의 삶도 계획하면서 걷다 보면 어느 새 10km를 걷게 된다.
운동도 되고 잠시 내 인생을 돌이켜보거나 구상하게 되는 시간이다 보니 그 시간조차 행복하게 느껴진다.
월요일에는 어디가 될지는 모르나 들어가게 될 회사의 업무를 상상하며 걷다 보니 20km를 걷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는 못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야구를 본다.
아니면 음악을 듣거나 차를 몰고 나가 근교를 드라이브하기도 한다. 혼자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켜놓고 노을을 바라보며 멍도 때려보고.
특별하게 무언갈 하는 건 아니지만 내 자신의 삶을 가장 명확하고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인 듯 하다.
물론 나도 생활비나 돈에 대한 불안감은 늘 갖고 있다.
그래서 틈틈히 이력서를 내거나 입사제의를 해 온 회사 대표들과 통화를 하면서 여러기지를 조율하고 있다.
회사를 입사할 때 특별한 이유가 필요없듯 퇴사할 때도 특별한 이유는 필요없는 것 같다.
나는 회사를 관둘 때 사실 관두는 이유가 있었다. 비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장 저렴한 가격에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내가 필요했을 뿐, 사실 비전은 애초에 없었다는 걸 내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이 시간이 매우 좋고 만족스럽다.
하루 하루가 짜증나거나 무언가 원인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다 귀찮다면 회사부터 관둬보길 권장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현재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