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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Sep 07. 2023

사람들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당신은 당신 뒤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고있나요


퇴사를 공식적으로 입밖에 내고난 뒤

정확히 한시간 뒤에 친하지도 않은 직장동료에게

그만둔다면서요?라는 메시지를 받은 후로


난 그래도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뒷말이 많을지 몰랐다.


그전에는 누군가 우리집이 잘 산다는 소문에

그저 굶어본 적은 없었지만 부자는 아니라했더니

그게 잘못된 해명이었던 건지

은행에서 우리 부친이 현금으로 백억을 가져갔다는

둥 구체적이지만 말같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웃고 말긴 했지만 사람들이 상상력도 형편없단

생각에 씁쓸했다.

아니, 그 돈이 있다한들 그걸 왜 현금으로 옮기며

내가 그 돈이 있는 집 자식이면 왜 직장을 다니냐

이사람들아 라고 하고싶었다.


이번엔 진짜 퇴사를 하니...

그 백억 부친의 재산이 이백억으로 늘어나 있었다.


잠깐 설렐 뻔했다.

슬프게도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내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휴직했다

탈색한 머리로 복직했을때도 관종이냐

쟤 왜 저러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 우리 부장이 회식자리에서 본인 친구를

보는 것 같다며 정신병자란 말을 운운했겠지.


종합해본다면 나는 돈많은집 정신병자 자식인건데.

서로 인사도 안하는 옆건물 김부장네 집 숟가락 갯수 변화와 그집 자식들 이력까지 꿰고있는

팍팍하고 심심하기 짝이 없는 이 좁아터진

공기업 범생이들의 세상에 나같은 존재가

얼마나 씹고뜯고 맛보기

좋은 소재일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앞에서는 내 인사도 건성으로 받는둥 마는둥하면서

뒤에서는 나보다도 내 개인사에 대해 전문가처럼

떠드는 사람도 있고

뒤에서 떠드는 얘기를 대놓고 묻거나 전하는

사람도 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게 소문에 대해

에둘러 말하면서 떠보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진실은 언젠간 밝혀질거라고들 한다.

아니땐 굴뚝에서 연기나랴 하는 말도 있다.

조금씩은 사실이지만 맞지 않는 것도 있다.


사람들은 타인의 입에서 나오는 근거없는 말도

진실이라고 믿으며

약간의 힌트로도 만사를 다 아는 것처럼 군다.


그리고 분명한 건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을 어떻게든 찾아 소비한다는 것.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는 것.


당신은 당신의 뒤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당신을

평가하고 있는지 다 알고있나요?

알면 당신의 정신은 멀쩡할것 같나요?

아니, 지금 당신은 정상 맞나요?


내가 뭘 하고있건 할 예정이건 간에.

그걸 당신들이 알고있던 모르던 간에.


나는 퇴사를 할 뿐 괴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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