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램프 Jul 18. 2023

여행 좋아하세요?

(튀르키예가 너무 그리워요...)

장마철을 보내고 있는 요즘, 매일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다 보면, 작년 이맘때 내가 여행했던 여러 나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물론 각 나라마다 이방인을 바라보거나 받아들이는 방식은 제각각 달랐지만, 뭐니 뭐니 해도 따뜻했던 사람들의 기억이 시간이 지날수록 제일 오래도록 남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행에 관계된 책을 자주 보는 나로서는 다른 여행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만났던 그들의 모습이 겹쳐, 나의 여행 사진들을 꺼내보며 그때의 일들을 마음속에 그려보곤 한다. 요즘 태원준 작가님의 '딱 하루만 평범했으면'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천사'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나는 튀르키예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즈미르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에게해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


한 번은 이즈미르에서 카르트 교통 카드를 충전해야 하는데, 트램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카드충천기계가 보이지 않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트램 입구에 한참을 서 있던 적이 있었다. (터키의 카르트 카드는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로 구입을 해야 했다.) 마침 우리가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던 곳은 학교 근처로 지나가는 젊은 대학생들이 많은 곳이었다. 터키 분들 중에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에 역무원에게 질문을 해도 답을 얻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 옆에서 보기에도 답답해 보였는지 공과대생으로 보이는 어떤 학생이 우리에게 다가와 카드를 핸드폰으로 충전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영어를 잘하는 학생으로 설명은 알아듣기 쉬웠으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외국인이라 카르트 카드 홈페이지에 신용카드가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냥 간편하게 기계에 카르트 카드를 충천하고 싶은 마음에 알아들었다고 대충 얼버무리며 기계를 찾아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었다. 한 정거장이나 두 정거장 정도 걸어가면 기계가 있다고 했기에 그냥 힘들지만 몸으로 때우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대학생은 우리가 설명을 알아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차 "Are you Sure?"을 연발했고, 그 학생의 눈과 마주쳤을 때, 우리가 잘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을 이 친구는 간파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답답했는지 그냥 자신이 충전을 해 주겠다며, 자신의 신용카드로 우리 카르트 카드의 번호를 등록하더니 진짜 충전이 된 카르트 카드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돈이 충전이 돼도 바로 카드가 작동되지 않자 자신의 카르트 카드를 꺼내 우리를 트램 출입구로 밀어 넣어주고, 몇 분 지나면 카드가 될 거라며 자신은 그냥 가던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미안해서 그냥 갈 수가 없었고 계속 현금을 받지 않으려던 그 학생에게 우리의 카드값을 손에 쥐어 줄 수밖에 없었다. 초행길에 헤매는 여행자를 위해, 자신이 가던 길을 멈추고 친절한 설명에 자신의 카드로 결제까지 해 주는 이런 수호천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직도 나와 오빠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그 학생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의 "Are you Sure?"을 따라 하며 그때를 추억하고 있다.


에게해 바다는 깊고도 검다.


튀르키예는 이슬람 문화권인데 태원준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그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이방인을 왜 그렇게 알뜰살뜰 잘 챙겨주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까 내가 이야기한 에피소드 말고도 나는 튀르키예 여행을 하면서 고마운 천사들을 많이 만났었다. (물론 ㅠㅠ 유명 관광지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만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장마로 인해 마음이 좀 쳐지거나 힘들어지는 날엔 그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함이 간절히 그리워진다.


태원준 작가님의 [딱 하루만 평범했으면] 중에서...
다카로 돌아와 SNS에 내가 받은 친절을 조곤조곤 풀어놨다. 그 밑에 어느 방글라데시 친구가 이런 답글을 남겼다. '신이 우리로 인해 기쁨을 느낄 때 그 보상으로 우리에게 손님을 보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찾아온 손님을 천사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천사처럼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작가의 이전글 10년 만에 면접, 망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