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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마 Aug 23. 2022

너도 뛰고, 나도 뛰고

남자의 출산기 8주 차

"아빠는 여기에 앉아서 화면 보세요."


2주 만에 간 병원에서 의사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방문이라서인지 그래도 병원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주차를 맡기고 누구에게 묻지 않고 2층으로 올라왔으며, 남성 보호자가 별로 없는 이곳 산부인과의 풍경도 제법 불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만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 병원 사람들 속에서 우리의 진료 약속 시간은 별 의미 없이 수십 분쯤 밀리게 되는 건 아직 익숙하지 않았지요. 조금은 길게 대기했다가 진료실에 들어오니 첫 방문보다 훨씬 간단하게 문진을 하고는 아내가 안쪽 침대로 들어갔습니다. 지난번처럼 의사는 바깥쪽 비어있는 침대 옆에 작은 의자로 나를 안내했습니다. 그리고는 안쪽 아내 옆에 앉아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는 휴대폰으로 화면 촬영하시면 좋아요."


'응? 뭐지?'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이내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고, 기대감과 함께 조마조마하기도 했습니다. 얼른 휴대폰을 주섬주섬 꺼내어 영상 모드로 바꾸었고, 화면에 프레임을 맞추어 가로로 들고는 뚫어지듯 모니터 화면과 모니터가 촬영되어 보여지는 휴대폰 화면을 번갈아가며 보았습니다. 잠시 '아, 요즘 사람들처럼 세로로 찍어야 하는 건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모니터 화면이 켜졌습니다. 의사는 화면 속의 몇 가지 사이즈를 재어 보고는 아내에게 '이것도 정상이네요.' 식으로 얘기하긴 했는데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오늘은 어떤 것 때문에 나에게 촬영하면 좋다는 얘길 했는지 직감하고 있었고, 그것에 집중하고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니터 화면이 좌우로 반으로 나뉘었습니다. 원래의 초음파 화면은 왼쪽으로 이동하고 오른쪽에 작은 파동들이 보였습니다. 왼쪽 초음파 화면은 항상처럼 흑백 화면이었는데 오른쪽 파동은 노란색으로, 주황색 빛으로 보였습니다. 가운데에 가로로 긴 줄이 있었고, 파동은 그 줄을 기준으로 위아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움직임을 보이다가 점점 커지고 반복되면서 더 커지고 강하게 움직여, 화면을 꽉 채울 정도의 크기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쿵-쿵-쿵-쿵




우리 부부는 이 소리가 얼마나 듣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아내는 내게 이 소리를 얼마나 듣게 해주고 싶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네요. 잃어버린 청력을 찾으면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 고요한 하늘에 별이 떨어지는,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소리를 들었다면 이렇게 놀라울까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일부러 소리를 크게 했는지, 그날 모니터 스피커가 크게 되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소리는 정말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쿵-쿵-쿵-쿵!


그렇게 빠르고 큰 소리가 날 줄은 몰랐는지 꽤나 놀랄 정도의 강렬함이었습니다. 이 소리를 듣게 된다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예상했었는데 나는 활짝 웃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 맞아요, 그저 놀라서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손이 살짝 떨리긴 했지만 촬영하고 있는 화면이 떨리기라도 할까 봐 최선을 다해 침착하려고 했습니다. 의사는 일정한 파동들의 어느 부분을 짚어내더니 심장운동도 아주 정상적이라고 했죠. 그 외에 팔이며, 다리 등을 설명해주었던 것 같은데, 사실 크게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아내와 나는 눈이 마주쳤습니다. 우리는 눈으로 말했지요.


'들었어?'

'응, 들었어.'


아내는 안도와 감동의 눈빛도 있었지만 무언가 자랑스러운 눈빛이었던  같습니다. 집에 가면 '여보, 당신  대단해, 자랑스럽고 고마워.'라고 말해주려 다짐했습니다. 2 31 동안 촬영했던 그날의 영상은 병원에서 돌아와  번이고 되돌려 보았고,  번이고 다시 들어보았습니다. 161BPM  소리는  심장을  크게 뛰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결심했지요. 딸기와 같은 BPM으로 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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