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출산기 4주 차
지난달 그 순간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6월 10일 즈음에 아내는 내게 임신테스트기를 내밀며 동그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습니다.
오빠, 딸기가 다시 찾아왔어.
우리는 잠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부둥켜안고 서로를 토닥여 주었지요. 여러 가지 감정이 몰아쳐왔지만 이내 추슬러야 했습니다. 휘몰아쳐 온 감정들 중에 긍정적이고 건강한 감정들만을 골라내어 단단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찾아온 이 아이, 딸기(태명)는 작년에 한번 우리에게 찾아와 주었다가, 좋은 날에 건강하게 오겠다며 다시 찾아온 아이였으니까요.
작년에 찾아왔을 때, 딸기는 엄마에게 심장소리를 들려주고는 다음날 '나도 들을래!' 하며 달려간 아빠한테는 심장 소리를 들려주지 못했습니다. 우린 그날의 그 기억을 오랜동안 간직한 채 서로에게 함께 나 버린 상처를 어루만지며 살아왔습니다.
비교적 생리 주기가 일정하고 건강했던 아내였기에, 예상컨대 길어봐야 4~5주 정도 될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서로가 해야 할 것을 찾았습니다. 우선 병원을 알아봐야 했고 초진 일정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병원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우리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보통 5주쯤, 아니면 6주쯤에는 심장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졌거든요.
"오빠, 다음 주에 병원 가면 5, 6주인데 심장소리 들을 수도 있고 아직 아닐 수도 있어요."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심장 소리'라는 것은 우리에게 큰 상처이자 큰 기대이기도 했으니까요. 나는 잠깐 고민하고 아내에게 대답했습니다.
"여보, 딸기는 아주 건강하게 다시 찾아온 거야. 자기만 괜찮다면 그다음 주로 예약해서 초진 보고, 함께 심장 소리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말한 나의 말에 아내도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초진까지 기다려야 하는 산모의 불안함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우리의 지난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확실히 아이를 확신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확신이 어떤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지식 같은 건 우리에게 없습니다. 다만, 산모도 나도 굳건한 마음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1주일 먼저 받는 초진보다는 건강하고 강한 마음 말이죠.
건강하게 찾아온 거야. 건강하게 지켜내자.
우리는 그 1주일간 건강하고 재미있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병원과 담당 선생님을 고르고 산후조리원을 고르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