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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마 Jul 27. 2022

남자의 임신

남자의 출산기 9주 차

뭔가, 명치 부근이 가득 걸린 것 같고 답답했습니다. 어떨 땐 명치보다 위로 올라와 가슴 윗부분이 답답하기도 하고 조금 나아지면 명치 아랫 부근에 무언가가 있는 정도로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었죠. 


"여보, 나 소화가 잘 안 되는 거 같아."

하룻저녁 정도 그러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이틀이나 반복되어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응? 오빠가?"

아내도 그럴 리가 없을 텐데라며 의아하게 생각하며 되물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화 능력 하나는 알아주고, 화장실도 매번 잘 가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끔 아내는 소화가 안되거나 화장실을 못 가는 일은 있어도 나는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지난주 월요일 저녁, 평소처럼 아내를 회사에서 픽업해서 집에 들어와 쉬고 있던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소화가 안 되는 불편감은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여보, 나 계속 소화가 안되는데?"

힘들거나 고통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간에 없었던 불편함이라 반복되고 지속되는 느낌에 그날도 그저 지나는 말처럼 얘기했습니다.


아내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떠오르는 게 있을 때면 눈을 작게 뜨고 미간을 살짝 오므리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날도 그런 표정을 짓더니 주방으로 달려갔죠.


"여보, 이거 마셔봐요."

티비를 보고 있던 내 귓가에 주방에서 얼음을 내리는 소리가 짜르르 들렸고, 아내가 내민 것도 방금 내린 얼음물이었습니다.


"응?"

뭔가를 떠올리는 거 같더니 가져온 얼음물에, 잠깐 의아한 표정을 지었더니,


"라임주스 넣은 물이야, 마셔봐."

아내의 말에 뭔지 모를 의아함을 여전히 가진채 반 컵쯤 마셨는데, 눈이 번쩍!


"이거 뭐야!"

갑자기 속이 씻은 듯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죠. 제 반응에 아내는 깔깔대며 웃으며 뒹굴었고요. 


"뭔데 이거! 이거 왜 속이 좋아지는 건데?"

너무 놀라서 재차 물었는데, 아내는 여전히 키득댔습니다. 그리고 겨우 웃음을 멈추더니 말했습니다.


오빠, 그거 입덧이야!


아... 정신이 아득해지고 잠시 몸이 굳은 것 같았으나 시원해져 버린 내 몸이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쾌청한 느낌이라니. 자신의 말에 멍해져 있는 내 표정을 보며 아내는 계속 키득대고 있었는데, 몸은 고쳐지고 머리는 고장 나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입덧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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