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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K Nov 10. 2024

희미함 너머의 진짜 나

토요일 아침, 나는 눈 검사를 받으러 안과를 방문했다. 기계에 턱을 올린 다음 눈을 렌즈에 가져간 후에 눈앞에 펼쳐진 것은 것은 뭐랄까. 온통 흐릿해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불편함 뿐이었다. 뭐가 보이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자 렌즈를 하나씩 바꿔가기 시작했다.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하는 눈앞의 모습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이얼을 조절하자, 갑자기 딱! 눈앞에 모든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마치 ‘와, 정말 선명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일상의 여러 순간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그런 순간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매일 바쁘게 일하면서도, 이 일이 진짜 내가 보았던 길인지 고민이 들 때가 있다.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는 있지만, 왜 하는지, 정말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로 보이는 일인지 불확실할 때 말이다. 의미가 보이질 않는다.


또 하나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때로는 그 시간이 진짜 나에게 주는 의미가 뭔지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서로에게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 같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정말 그 사람들과 진실한 유대를 느끼고 있는지, 혹은 단지 습관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다. 관계의 의미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면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자기 계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도, 게 나를 정말 성장시키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있는 것인지 볼 수가 없다. 마치 안경을 찾으려 눈이 흐릿한 상태에서 더듬는 것처럼. 뭔가를 하면서도 앞은 참 깜깜하다.


그리고 그때 문득 깨달았다. 우리의 삶도 이런 게 아닐까? 대부분 흐릿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인생이 뭔지, 왜 뭔가를 하고 있는지 볼 수가 없는 그런 상태. 마치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걷는 것처럼 분명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 그런데 만약에 우리 삶에도 누군가가 있어서, 다른 렌즈를 보여주고 다이얼을 돌려서 모든 걸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 준다면 어떨까? 우리의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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