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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Jun 24. 2024

유튜브

나는 유튜브를 꽤 많이 봤지만 지금 내가 유튜브에 대해 아는 건 단 한 가지다.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는 것.


무얼 하든 시간은 간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보내는 시간은 나를 당장 필요한 일. 당장 느껴야 할 것. 당장 옆에 있는 사람과 단절 시킨 채 남의 크고 작은 일. 남의 생각 심지어 알고리즘이 생성한 가십에 속절없이 휩쓸리게 한다.


그로서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와 내가 해야 할 일을 놓치고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일들의 관찰자로 남게 된다.


그렇게 내가 내 일을 놓고 있을 때 닥쳐야 할 현실적인 문제. 그 문제들에 대해 누군가가 방파제가 되어 주고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나는 때로는 그 사실을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을 꺼내며 합리화했고. 때로는 모든 일은 각자 자신의 책임이라며 내 문제를 안고 있던 타인의 모습을 못본 척 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어려움을 표현했을 때. 나는 그 방식을 문제 삼고. 시발점을 문제 삼고. 개개인의 문제를 원인 취급했지만. 사실 내가 거기서 느껴야 할 것은 있는 그대로였다.


그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힘듬은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는 것. 그가 내 문제를 떠안았듯이 나도 그의 문제를 모른척 할 수는 없다는 것. 안면몰수하고 모른척하려고 해도 말이다. 


결국 나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가족이 있고, 사회가 있고, 세상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건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남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고 남에게 일어나는 일이 나에게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갑작스레 유튜브가 떠오른 이유는. 유튜브를 보면서 쓴 그 많은 시간 동안 나는 잠든 것처럼 그 모든 것들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하나의 핑계일 뿐. 나를 잠든 것처럼 현실을 못보게 만들고 도망치듯이 살게 만든 수많은 것들이 있고. 그 근본에는 삶을 제대로 살 용기가 없던 내가 있었다.


그러니 이제라도 유튜브 같은 것은 제쳐두고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살아가야겠다. 죽고 새로 태어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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