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떤 연예인의 작은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전체를 말해주는 일이 있었다.
그가 어느 한 건물을 빠져나와 주차 정산을 할 때였다. 그는 지갑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낸 다음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 한 손으로 주차요원에게 주었다. 타인에게 돈을 그렇게 주는 행위도 문제가 되었지만, 당시 주차요원의 나이가 상당히 많아 보였기에 더 문제가 되었다.
상대가 누구되었든 돈을 그렇게 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내게 알려 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옥희언니였다.
서비스직 아르바이트 시절 손님들이 결제할 때 보면 돈을 두 손으로 주는 사람이 있고, 앞서 말한 연예인처럼 손가락에 꽂아한 손으로 주는 사람도 있고 , 손을 거치지 않고 테이블 위로 던져주는 사람도 있었다.
돈은 상대의 손에 쥐어주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어릴 적 우리 모두는 물건을 사고 어른에게 돈을 드릴 때 분명 이렇게 했다. 하지만 돈이 가진 액수가 커지면서 나도 따라 커졌고, 나만 따로 거만하게 성장해 온 것인지 모르겠다. 때때로 아이보다 못한 어른일 때가 많다.
그리고 언니는 택시기사님에 대한 존칭도 교정해 주었다.
당시 나는 기사님을 '아저씨'라고 불렀다.
"아저씨, 서울역으로 가 주세요!"
하지만 옥희언니는 달랐다. 아저씨가 아니라 기사님이라고 존대하라고 일러주었다.
그 후 나는 택시를 타면 항상 그렇게 했다.
"기사님, 진천역으로 가 주세요."
"기사님, 저 앞에서 내릴게요."
존칭만 살짝 바뀌었을 뿐인데 말하는 나도 살짝 격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기사님도 아저씨라고 부를 때보다 나를 조금 더 정중히 대해 주셨다.
요즘은 교회에서 언니를 자주 만난다.
치매를 겪고 있는 고모들의 안부를 전하며 말했다.
"육체적으로 노후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영적으로는 반드시 건강하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 해야겠어요."
"안돼! 기영아! 둘 다를 놓고 기도 해야 해."
"둘 다요?"
"육체적 건강은 내가 아닌 주변사람들을 위해서 더 중요해."
언니의 어머님은 63세 쓰러져 74세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언니의 가족들은10년이 넘는 시간을 어머니 병수발하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도만 하는 게 아니라 노후를 위해 절제하며 관리를 하는 습관을 지금부터 길러야 해. 물론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까지 차근차근 준비해놓는 게 아주 중요해.
역시 언니였다. 내가 지금 당장 볼 수 없는 부분까지도 잘 볼 수 있도록 까치발을 드는 법, 매달리는 법 그리고 점프해서 보는 법까지 알려주는 바로 그런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