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기계옆에서 한참을 일하다 자신의 옷깃이 기계에 빨려 들어갔고, 소리를 질러도 기계소리에 묻혔다. 몸의 절반이 빨려 들어갈 때 옆에 일하던 동료가 발견했다. 응급 상황에 급한 대로 가까운 병원을 찾은 것이 그만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곧 2024 파리 페럴림픽이 개막한다.
이번에도 그의 이름은 선수 명단에 올라와있었다. 올해 초 우연히 TV 중계로 그의 경기를 본 적이 있었다.
"세계적인 선수인 김**선수와 경기를 한다는 것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엄청난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캐스터는 그를 그렇게 평가했다. 그렇다. 그는 이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내 친구 김** 아니라 이제 세계적인 선수, 김**이 되었다.
그의 사고 후 우리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그저 주어진 것에는 먼저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고 각성시켜 주었다. 또 우리는 그날 이후 그에 정지된 이미지에만 박혀 살아왔다. 벗어날 생각을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그는 가난했지만 아주 착한 아이였다. 얌전하고 친구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그래서 여학생들은 다른 남학생들에 비해 그에게 호의적이었다. 4학년 때 학교 스탠드 앞에서 줄지어 찍은 단체 사진이 나왔다. 사진 속에서도 선명하게 찍혀 나온 그의 구멍 난 양말을 보고 한 아이가 소리치며 말했다.
"김**, 양말 좀 봐!"
그는 쑥스러웠는지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더 크게 웃었다. 우린 가난을 싫어하긴 했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었다. 중학교를 마친 그가 진학 대신 산업체인 공장으로 가 일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담담히 받아들였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우리는 동창회를 했다.
별 볼일 없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으스대기 바빴고 우리는 마치 금빛 미래가 보장된 사람들처럼 굴었다. 다음 동창회 때에는 우리들 중 누군가는 분명 성공한 누군가가 되어 명품소매 끝에 걸려 있던 명품 지갑에서 반짝이는 명함을 꺼내 당당히 내밀 것이라고 상상했다. 우리에게 세상은 찬란 그 차제의 미래만 열릴 것이고 암울한 미래 따위는 개나 줘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사고 후 우리는 세상 앞에서 너덜너덜 해 질 수밖에 없는 인간은 그저 별 볼일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그렇게 세상 앞에서 별 볼 일 없고 쭈굴쭈꿀해진 인간이 저렇게 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증명해 주었다. 재활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훗날 그의 이름이 되었다. 세상을 향해서만소리치던 우리와는 달리 그는 오로지 자기 스스로를 향해 소리쳐왔다. 또 하루하루가 한계라고 착각하는우리와 달리 그는 지금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