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해도 즐거운 하노이 박물관 탐험기
물론 베트남어로 진행되어, 나 역시 보는 내내 내용이 참 궁금하기도 했지만, 하노이의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호안끼엠 호수를 중심으로 밀집해 있다. 중국으로부터 베트남을 독립시킨 레 왕조의 전설이 담긴 호안끼엠 호수와 전설에 등장하는 거북이 박제가 있는 응옥썬 사당, 하노이 필수 관광코스로 사진 속마다 등장하는 성요셉 성당, 베트남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호아로 수용소, 하노이에서 가장 유명한 쌀국수 가게 중 하나인 '리꿕수',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했던 일명 '오바마 분짜' 식당, 한국에도 분점이 생긴 콩카페... 관광지뿐 아니라, 다양한 상점들이 호안끼엠 호수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사방팔방 뻗어있기 때문에 투어버스를 타고 반나절만 돌아도 관광지로서 하노이의 분위기는 대충 느낄 수 있다.
물론 호안끼엠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고, 거리마다 관련된 이야기들도 재미있어 제대로 관광하려면 2박 3일도 모자라다. (이 곳의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개인적인 취향을 담은 박물관 얘기를 하려 한다. 여행의 취향은 모두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다른 나라를 여행 갈 때 유명한 관광지를 다 둘러봐야 하기보다는 그 나라, 그 도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으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내가! 미술에 조 외가 있는 편은 아니다. 짧게라도 멍하니 앉아 그 분위기를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생기면서는 그런 여유를 갖기가 힘들어 좀 아쉽긴 하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는 나라다 보니 수도인 하노이엔 알게 모르게 박물관이 많다. 그중에서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가도 지루하지 않을 박물관 하나를 소개하겠다. 바로 베트남 소수민족박물관 (Bảo tàng dân tộc học Việt Nam)이다.
- 위치 : 롯데 센터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호안끼엠 주변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 시간 : 화요일 ~ 일요일, 오전 8:30 ~ 오후 5:30
(월요일과 공휴일 휴무)
- 요금 : 어린이 10,000 vnd, 어른 40,000 vnd
베트남 소수민족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베트남에 사는 모든 소수 민족들에 자료를 모아놓은 곳이다.
베트남에 오기 전, 나는 베트남이 단일민족 국가인 줄 알았는데, 사실 베트남은 민족 수가 54개나 도는 다민족 국가다. 예부터 캄보디아, 라오스, 중국 등 인접한 나라와 다양한 민족의 교역로 역할을 해 왔던 데다 지형 또한 산간지역과 평야, 해안 지역으로 이루어져, 자연스레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의 생활과 문화도 다른 양상을 띄게 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대부분 '비엣족' 혹은 '킨족'이라 불리는 민족으로 베트남 국민의 86%를 차지한다고 한다. 나머지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베트남 곳곳에 살고 있다. (관광지로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사파 지역은 '몽족'이란 소수민족이 사는 곳이다.)
실제로 나는 종종 하노이 시내 대형 쇼핑센터에서 TV 다큐멘터리에서나 봤을 법한 독특한 장신구와 머리 모양을 하고 시내 관광을 나온 소수민족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이들이 이처럼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수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베트남에서 소수민족은 나름대로 정부의 보호와 후원을 받는 등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고 있으며, 특히 지방성에서는 소수민족의 문화를 지역특화 자원으로 개발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어 그들은 다른 민족과 큰 갈등 없이 자신들의 문화적 자부심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엔 소수민족 출신 의원들이 10%대를 훨씬 넘어서 있고, 소수민족 위원회 또한 설치되어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개발할 수 있는 정책을 수행한다고 한다.)
소수민족 박물관 입구엔 한국어로 된 설명서가 있어 간단한 설명서를 참조하며 관람하면 조금 더 쉽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박물관 내부에 들어가면 여러 소수민족의 일상과 함께 종교의식, 축제와 전통 의상 등을 감상할 수 있는데, 1층에는 베트 족, 므엉족, 토 족, 춧 족 의 문화를 베트 족, 그리고 그 외 므엉 족, 토 족, 춧 족의 문화를, 2층에는 타이탕 족, 늉로이 족, 야오 족, 허몽 족, 로로 족, 쎄당 족, 야라이 족 등등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야외에는 많은 소수민족의 전통 가옥을 실제 크기와 똑같이 만들어 놓았다. 집 내부를 실제 소수민족들이 사는 곳처럼 똑같이 꾸며놓고 관광객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소수민족마다 저마다 집 짓는 방식이 확연하게 달랐다. 어떤 집은 옆에 사진처럼 아래를 텅 비워 놓은 후, 높은 집을 지었고, 어떤 집은 마치 아파트를 눕혀 놓은 듯 가로로 길게 지어지기도 했으며, 또 어떤 곳은 지붕을 삼각형 모양으로 뾰족하게 만든 것도 있었다.
모두 저마다 자신들이 사는 환경에 맞춰 적응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2층 위치에 키가 높은 나무집을 지은 것은 침수와 해충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고, 모계사회가 발달한 나라답게 어떤 소수민족은 그런 모계사회에 맞춰 집을 짓기도 했다. (베트남은 예부터 전쟁이 많아 여자들이 아이를 돌보고 돈을 벌어 생활하며 모계사회가 발달했다. 지금도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굉장히 강한 편이다) 또, 우기 때 비가 잘 흘러내리도록 삼각형으로 지은 집도 있었고, 소수민족의 추장이 거주하던 집의 모습도 있었다. 원시적이면서 과학적이고, 저마다 다른 외관을 한 주거지들. 꽤 많은 소수민족의 주거지를 둘러보는 데 나도 아이들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많은 소수민족이 이 전통을 고수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흥미로웠다.
넓은 야외 전시장 한쪽에서는 수상인형극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도 있다.
베트남에 오면 꼭 봐야 할 것 중 하나가 수상인형극인데, 수상인형극은 현장에서 베트남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과 노래에 인형극이 어우러진 베트남 전통 공연으로, 베트남 패키지여행에 꼭 포함되어 있는 대표 볼거리다. 베트남어로는 '무어 조이 느억 múa rối nước'으로, 물에서 춤추는 인형들이란 뜻이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도 수상인형극을 사용하는 전용극장인 탕롱 수상 인형극장이 있지만, 이 곳에선 조금 더 편하고 활기차게 수상인형극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탕롱 수상 인형극장은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하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극장으로, 2013년 아시아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공연장 한쪽에서 연주자들이 베트남 전통악기를 갖고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 그 음악에 맞춰 물속에 들어간 인형 조종사들이 장막 뒤에서 긴 대나무 막대를 이용하며 나무로 만든 작은 인형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며 인형극을 펼친다.
이 수상인형극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왕조 시대, 북부지역의 흥하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얘기도 했다. 이 지역은 홍하의 범람에 의해 많은 연못이 생겼는데, 주민들이 이 연못에서 인형극을 만들어냈다는 것.
또, 12세기 초 국왕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상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내용은 농사와 관련, 농어촌에서 벌어지는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란다. (팸플릿 참조 ^^)
물론 베트남어로 진행되어 나 역시 내용이 참 궁금했지만, 이색적인 연주와 농부, 어부, 선녀, 거북이 등 다양한 인형 등이 등장, 나름 '퀄리티 높은 공연을 선보여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또 하나, 공연장 입구에 한국어로 된 팸플릿에 극마다의 개략적인 내용이 적혀 있으니 함께 참조하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나는 70대 부모님과 40대 부부, 10대 아이와 6세 조카가 보러 갔는데, 모두가 흥미롭게 봤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어쨌든 우리 가족은 남녀노소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는 것 ^^)
- 공연이 끝난 후 나오는 출구 앞엔 작은 간이 연못을 만들어 놔, 물고기 인형으로 낚시를 해 볼 수 있는 체험활동도 있었고, 꽤 맛이 좋은 식당과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 어른들, 혹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베트남에 대해 조금 더 알길 바라는 가족단위 관광객, 혹은 베트남에 살면서 하루 혹은 반나절 코스로 갈 만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곳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