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s Feb 14. 2023

아침사수 전

episode 2.

한 동안 어울려 일했던 친구들은 모두 야행성 패턴이었다. 우리는, 사람마다 각자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 따로 있으며 그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밤에 잘되는 친구와 아침에 잘 되는 친구가 모두 모여 회의를 할 때면 주로 낮시간에 처음 모여 회의를 하고 늦은 하루를 시작해 밤늦게 까지 일할 때가 많았다. 그런 패턴이다 보니 나도 처음엔 오전시간을 잘 써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운동이나 독서등을 시도했지만 어느 순간 처음 모이는 시간을 기준으로 일어나고 밤늦게 일이 끝나고 와서 어영부영 유튜브나 여타 영상들을 보다 늦게 잠드는 일이 반복되고 루틴화 되었었다.  


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은 아침잠이다.

눈을 떠도 그 달달함이 혀와 눈가 뒤에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다. 다시 잠에 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면 밤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밤 잠을 방해한다. 잠에 들려면 갑자기 보고 싶은데 보지 않았던 유튜브 영상들이 떠오르거나 이어지는 알고리즘에 순식간에 밤을 빼앗긴다. 문란한 생각들도 수시로 난다.

밤에는 음기가 가득하다. 대부분의 유흥업소가 아침에 못하는 것은 단순 사람들이 일을 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밤에야 감추고 싶던 것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이야기들 속에서도 뱀파이어, 드라큘라, 좀비, 늑대인간 등 악에 매료된 개체 들은 햇빛을 무서워한다. 아침이면 그들은 감쪽같이 숨어버리고 해가 질 때쯤부터 눈치를 보다 달이 가장 높게 뜨고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음기가 가득 서린 채로 나타난다. 그런 만큼 밤에는 내게 오는 음의 기운들이 아주 강력하고 이것들은 밤 잠을 막는다.


8시간을 자도 새벽 4시에 잤을 때랑, 밤 11시에 잤을 때랑은 몸 상태가 아주 다르다. 몽롱하고 무언가 굉장히 뻐근하다. 특히나 12시에 일어나 하루를 산다는 생각은 아주 찝찝하고 하나의 패배감을 안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또 밤 11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났을 때와 새벽 4시에 자고 12시에 일어났을 때를 비교해 보면 또 아이러니하다. 분명 새벽 4시부터 더 많이 잤음에도 더 몽롱하고 피곤하고 뻐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호르몬 탓일 수도 있고 정말 음과 양의 차이 일 수도 있고 또 여타 다른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12시부터 2시까지 성장에 필요한 호르몬들이나 회복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들이 나온다는 설도 있고 여하튼 밤에 잠을 자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 또 분명한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하나의 작은 성취감을 가져다주며 잠을 이겼다는 승리감은 그 하루를 살아내는 데 있어 분명 큰 힘과 자긍심을 준다.

그리고 찾아낸 절대적인 진리 하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절대 지각하지 않는다.


아침을 사수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사실 밤에 잠드는 시간이었다.

사람의 신체 리듬이란 것은 정말 신기했다. 전날 2시에 잠에 들면 다음날도 2시는 돼야 잠이 든다. 이런 날들이 쌓이면 이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일찍부터 고강도 운동 혹은 일정을 소화해 몸의 피로를 다 빼내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몸은 지쳐 자고 싶은데 정신은 2시가 돼야 잠드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이런 신체 리듬과의 전투는 확실히 쉽지 않았다.


리듬엔 리듬으로 답을 하는 것이 맞는 듯했다.

새로운 리듬을 적응하기 위해 아침을 고정시켰다. 밤에 늦게 자도 아침에 일단 일어났다. 무언가 기합을 넣듯 일어났다. ‘내 삶은 내가 통제한다.’를 속으로 크게 외치며 일어나 방에 불을 켜고 다시 잠시 누워있었다. 달콤한 아침잠은 또 나를 유혹한다. 끈적끈적한 이 기분에 매료됐다. 여지없이 핑계 마귀가 다가온다. ‘밖에 너무 추워서 나가려면 힘들 텐데, 옷을 또 엄청 껴입어야 되는데 괜찮겠어?’

아침에 찾아오는 핑계 마귀는 너무 옳은 소리만 한다. 달달하고 따뜻한 그 말에,

마귀의 얼굴을 뭉게 버린다.  

독서와 아침일기를 쓰고 간단히 글을 쓴 뒤 일과를 시작하다 기회가 나면 쪽잠으로 낮잠을 잤다. 7시간을 맥시멈으로 부족하다 싶은 잠은 낮잠으로 채우며 며칠 고생했다.

아침마다 마귀와의 사투 속에 지는 날도 있었고 이기는 날도 있었지만 일단 일어났다. 그리고 승리하는 날들이 많아지던 3주에서 4주를 넘어가던 , 이젠 마음껏 응석을 부리고 마귀와 사투하고 마귀에 져도 630분 전에는 일어나 있는다. 12 30 취침, 6 30 기상을 루틴으로 아침형 인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고 웃음칠 일이겠지만, 주로 4시는 기본으로 넘겨야 잠들던 내게  고무적인 전투에서의 승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쫓기듯 시작하는 하루에서 벗어나 아침에 앉아 아침일기를 쓰고 독서를 하고 짧은 글을 쓰는 아침 일과를 만들어낸 것이  하나의 승리였다.


여전히  커플 위에는 졸음이 서려있고 아침 해는 늦게 뜨고 아침 공기는 거세게 차다. 그래도 요즈음은  정신이 또렷하다. 어쩌다 실패한 , 늦게 자고 일어났을 때의 몽롱함을 하루 겪고 나면 어떻게 그런 채로 살았는지 의아해질 만큼, 맑은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정리해가고 있다. 이제 아침 루틴에서의 목표는 조금  취침시간을 당기고 새벽에 일어나 가장 고요한 시간에 나를 정리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침에 일이 있을 때도, 일에 끌려 아침을 준비하는 것보다 단 10분이라도 먼저 일어나 내 상태와 생각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은 뒤 일에 가는 것은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간헐적 단식도 자리 잡아 공복이 즐겁고 편해졌다. 아침루틴과 연계된 아침 공복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핑계 마귀들의 논리적인 과학지식들 때문에 한참 고민했지만, 어차피 밥 먹고 다 흡수되지 않은 채 운동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한 문장에 깃대어 어느 날 일어나자마자 헬스장으로 달려가봤다. 생각보다 공복감이 근력 운동을 하는데 크게 방해되지 않았다.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짧은 달리기를 하고 근력운동을 한 후, 인터벌 달리기를 1킬로 이상 뛴다. 이렇게 2시간가량 운동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니 운동도 더 잘 되었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물론 이후, 식사 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고 한 번은 오전에 공복으로 오랜만에 풋살을 하다 허리를 좀 다치긴 했지만, 아침 운동도 적응을 해서 적절히 삶의 패턴에 잘 묻어내는 중이다.


너무 많은 변명과 너무 많은 핑계들, 너무 많은 유혹들과 방해들이 도처에 서려있었다.

하나하나씩 고쳐가며 승리해 가며 내 삶을 바로 잡아가고 있다.

한 동안 멀리 있는 꿈만 보고 꿈을 향해 가고 있다 착각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었다.

꿈을 정했으면 방향을 정한 것이지, 컨테이너 벨트에 올라타 그곳까지 자연스레 가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강력하게 그 꿈을 끌어당기고 있으니 내 모든 몸과 행동이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생각하고 안심했다.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왜 이렇게 안 잡힐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내 발로 내딛으며 주위의 환경과 땅을 딛고 나가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때론 목표가 아니라 내 발을 보고 내딛는 것도 아주 중요하게 필요했다. 올바르게 걷는 것들이 계속 익숙해져야 또 오래 아프지 않고 걸을 수 있다. 꿈까지의 거리는 생각보다 길다.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에 끌려다니는 아침이 아닌 내 시작을 내가 정하고 나를 점검한 뒤 시작하는 하루는 내가 통제가 가능한 하루였고 내가 원하는 하루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기초였다.

드디어 올바르게 내 하루를 살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른 차원의 건강한 생각들과 도전거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Hopper's Morning (Ai painting,2023)



매거진의 이전글 선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