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3)
강한 바람에 산불이 걷잡을/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 문장에서는 '걷잡을'이 맞을까요? '겉잡을'이 맞을까요? 은근히 이 두 단어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걷잡다'와 '겉잡다'는 발음이 같아서 쉽게 틀리게 됩니다. 다음의 예를 보시죠.
(1) 그는 변덕이 심해서 어떻게 행동할지 걷잡을 수가 없다.
(2) 한 달 생활비를 그렇게 대충 겉잡아서 말하지 말고 잘 뽑아 봐.
(1)에서 보듯 걷잡다는 주로 ‘-(으)ㄹ 수 없다’와 함께 쓰여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 따위를 붙들어 잡다의 의미를 갖습니다. 아마 거두다와 잡다가 합성되었을 것입니다. 거두어잡다, 이것이 바로 '걷잡다'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긍정문의 형태로는 쓰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늘 '걷잡을 수 없다'와 쓰입니다.
이에 비해서 (2)에 쓰인 겉잡다는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다의 의미를 갖는 말로서 '어림잡다’, ‘어림짐작하다’와 같은 의미를 나타냅니다. 이 말은 '안'이나 '속'의 반대말인 '겉’과 기원적으로 연관이 있는 말인데 ‘겉늙다’, ‘겉돌다’, ‘겉핥다’ 등의 ‘겉-’과 연관됩니다. 그래서 이 말이 붙으면 '대충'의 의미를 더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겉절이'도 이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는 것을 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