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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Apr 26. 2023

필요 없는 물건을 챙기다.

제주도 한달살이 D +1 / 나만의 기준으로 가장 소중한 것들부터

어젯밤부터 설레던, 설렌다란 말로는 부족한 막연한 감정이 들었다여행의 시작은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라던데, 그러면 여행의 끝은 집에 갈 준비를 할 때부터인가? 시작 전부터 마지막에 아쉬워할 자신을 상상한다. 벌써부터 섭섭한 기분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이 여행을 떠날지 말지 고민했던 사람의 생각 인가 하며 스스로 코웃음이 난다. 여행의 시작에서부터  여행이 해피엔딩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라고 하긴 긴 29박 30일 여행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이 기간을 한달살이라고 한다. 캐리어 속에는 보통의 여행에서 필요 없을 우유거품기, 모카포트, 원두, 책이 있다. 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오전에 흔들의자 위 커피를 마시며 독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 한달살이에도 커피 관련물품을 넣어간다. 집이 많아 우체국 택배를 따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캐리어 무게가 17.3kg다. 15kg까지 위탁수하물이 가능하여 물건을 하나하나 덜어 내는 과정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물건들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원두를 개봉하고 갈아서 처음 써보는 모카포트로 내린 카페라테를 먹을 생각을 하니 코끝에서 커피향이 맴도는 것같다. 그리고 가방에는 노트북, 아이패드, 세컨드폰이 있다. 위 제 품들도 잠깐의 여행에서는 짐이 될 품목이지만 한 달이라는 기간은 여행보단 일상과 업무가 혼재된 시간 될 것이다.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워케이션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기에는 일 비중이 적다. 어째든 내 삶에도 이런 형태의 시간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쭉 이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탑승비행기를 향해가는 버스의 맨 뒤자리에서 서서 멀어져 가는 김포공항을 보았다. '다 잊겠다.'는 마음이 갑자기 든다. 제주에 가서 열심히 지난 회사를 다니며 썼던 일기를 정리할 것이다. 잊어버리겠다고 간 제주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만의 정리방식으로 서울회사에서 경험한 것들을 정리할 것이다. 땅에서 비행기가 뜨니 전 몸체가 떨린다. 경계선이 애매해진 끝없는 구름들을 볼 때면, 이 세상인 건가 그런 생각들이 들면서 이래서 비행기를 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매해진 경계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만 한 번도 안 해본 것들을 굳이 하게 된다.



굳이 밥을 지어 먹을 예정이다.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밥이라는 것이 참 그렇다. 집의 분위기를 품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밥을 늘 많이 드셔서 엄마와 식사기간에 식사량때문에 자주 다투곤 했다. 그리고 작은 언니는 유난히 지금 한 따뜻한 밥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했다밥은 집에서 쉽게 다툼의 소재가 되곤 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한 상을 꾸리지 않아도 한 손에 모든 재료가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은 그 밥이 무척 먹고 싶었다. 아침, 점심 빵을 먹었더니만 허기가 지고 밥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이마트에서 급한 데로 장을 보는 와중에 간단 조리 식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시지, 볶음우동, 볶음밥.. 그러나 한정적인 바구니와 체력에 맞추어 챙길 수 있던 것은  쌀, 계란, 생수, 김, 기름, 우유였다. 어떻게 서든 오늘 저녁은 직접 만든 밥을 먹겠다는 의지였다. 엄마가 도착한 집은 어떻냐며 영상 통화를 하자는데, 엄마에게 '내가 배가 많이 고파, 그래서 당장 밥을 하려는 데 어떻게 해야 해?' 라며 엄마의 요구보단 나의 허기가 급급하다. 엄마는 엄마의 비율을 종이컵 기준 쌀 1 : 물 1을 말하며 전기밥솥인지, 압력밥솥인지 묻는다. 전기밥솥이면 밥을 물에 안 풀려도 된다면서 빨리 될 거라고 하신다. 자녀의 허기가 중요해진 어느 부모처럼 밥을 다 먹고 전화하라는 말과 함께 통화는 끝났다.


하지만 나는 밥을 다 먹은 후가 아닌 밥상이 차려진 후 엄마에게 사진을 보냈다. 직접 한 밥과 꾸린 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 엄마가 말한 데로 했는데 나는 밥 2 공기가   같아.! '

'네가 배가 작아서 그런지, 아빠가 먹는  밥고봉은 딱 그 정도야.'

'그런데 엄마 그러면 이 남은 밥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보온해놓고 있으면 되나?'

'보온하면 나중에 그 밥 노랗게 되고 맛 없어진다. 전자레인지 있으면 차라리 전기밥솥은 끄고 나중에 밥 덜어서 전자레인지에 먹는 게 더  맛있어.'

'오 그래? 알았어. 내일은 이 남은 밥을 또 해 먹야지, 친구도 온다는데 밥 꽤 있어도 돼~'

'그런데 밥상에 야채가 너무 없다. 김치라도 하나 사서 먹어 그리고 너무 해 먹으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사 먹어~'

'알겠어요. 엄마! '

'그리고 오늘처럼 궁금한  있으면 바로

엄마한테 연락하고 엄마가 알려줄 수 있는 거

알려줄게~ '


집에 있었더라면 오고 가지 않을 말이다. 오늘 엄마와 밥을 짓는 법, 밥을 보관하는 법 등을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에서야 방을 구경시켜 주었다. 




오늘의 여행팁

비행기표 예약 시 위탁수화물 무게확인 : 15kg, 20kg 기준 있음

김포공항 1층보다는 3층에 식사하기에 적합한 곳이 많습니다. 뭔가 절차를 밟아야지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여 올라가지 않았었는데, 아니더라고요. ㅠㅠ 

택시승강장 대기시간이 30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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