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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Apr 27. 2023

세금폭탄을 무서워하는 마음을 알게 되다.

제주도 한달살이 D+2 / 계절을 앞서가다.

제주도 한 달 살이로  숙소를 고를 때 각자만의 기준이 있겠지만, 운전면허가 없고 자취경험이 없는 나는 아쉽게도 바다가 보이는 숙소가 아닌 각종 편의시설과 가까운 도심 쪽으로 숙소를 자리 잡았다.  이 숙소는 신축건물로 깨끗하고 취사가 가능하다. 신축인 만큼 아직 평이 별로 없어서  제주도로 여행을 오기 일주일 전에 눈으로만 보다가 급하게 예약을 했는데도 자리를 잡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계절은 4월로 이제는 곧 여름을 맞이할 그런 시기다. 조금만 더 늦어지면 더운 제주도를 맞이할 것이다. 봄도 아닌 여름도 아닌 이 기간에 타이밍 좋겠도 자리 잡은 곳이다. 그런데, 딱 하나 내 마음에 신경 쓰이는 것이 있는 데 바로 세금이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상 각종 세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비싼 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세금이 모두 포함된 숙소를 고르라고 추천한다. 그런 말을 들어서 인지 내심 세금 폭탄을 맞는 것은 아닌지, '최대한 아껴 쓰자.'는 마음으로 보일러를 안켰다.



약간의 서늘한 감이 있지만, 여차피 침대 위라 보일러를 켜서  뭐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침대 위 이불 안은 내 체온으로 데워지고 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곤 이 정도면 괜찮은데? 혼자 말하며 침대에서 발을 꺼내 장판에 올리자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아침환기는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창문을 열고 이불을 개었다. 나가기 전까지 제법시간이 있는데, 보일러를 킬까 말까 하다가. 


그래 한번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봐지라는 마음으로 가동해보았다. 온도는 어떻게 설정하나 고민하다, 그 어떤 날의 기억이 났다. 상당한 온도로 올려야지 따뜻해지는 우리 집의 온도기계를 보며 이거는 방안온도가 아니라, 온수 온도라는 건가? 이 온도면 구워지는 거 아닌가 했던 그 온도는 60-70도 사이였던지만, 기억을 의심하며, 그보다는 낮은 온도인  '47도면 적당하겠군.'하며 온도기를 올린다. 그리고 생각보다 온도가 빨리 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번 생각보다 숙소를 잘 골랐구나 생각하며 점심을 먹으러 외출을 했다.


아무래도 초행길이고 아직 숙소에 갖추어야 할 생필품이 많이 비어서 이런저런 것들을 바지런히 사 와보니 11시에 집을 나갔는데 2시에서야 집에 도착했다. 1시간만 쉬고 다시 나가야지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한여름이다. 보일러를 켜놓고 간 것이다. 무려 28도까지 올라간 방은 여름이었다. 황급하게 보일러를 끄고, 창문을 연다. 허무하다. 3시간 동안 보일러를 팡팡 킨 것이다. 이러다가 가스비폭탄 맞는 건 아닌가 우려스럽다. 요래조래 공과금 어떻게 적게 나오게 하지 머리 굴리는 나 자신에서 갑자기 엄마가 생각난다. 


불 끄고 다녀. 물 아껴 써라. 하시던 그 말씀. '그까짓 거 얼마나 나온다고'나는  엄마가 저런 말을 할 때마다 청개구리 마냥 아껴 쓰기보다는 목욕탕 안에서  여기가 '사우나 다.'하면서 물장구를 치고 놀곤 했다. 자취도 안 하고 캥거루족인 주제에! 좀 아껴 쓸 것, 용돈 좀 챙겨드릴 걸.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시 나가는 길에 보일러를 아예 끄고 외출을 한다. 이번 외출에는 그래도 제주도에 왔으면 바다를 보러 가야지라는 생각에 찾아놓았던 오션뷰카페를 갈 계획이다. 카페에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에 노트북을 들고 가본다. 비교적 가볍다는 엘지 그램이지만 그래도 집에서 본체처럼 쓸 용도로 산 노트북이라 17인치. 부피감이 있다. 걸어가면 60분! 버스 타면 30분! 선택은 당연히 버스였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이런 내가 보았던 시간과 뭔가 다르다. 자세히 보니 배차간격은 포함이 안된 소요시간인 듯하다. 이 배차시간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결국 걸어서 가나 버스를 타고 가나 소요시간은 비슷하게 걸렸다.


노트북을 들고 걸어간 약 30분, 내 체력이 볼품없다는 것을 느끼며, 제주도 멋있는 카페에서 디지털 노마드 족들은 사진을 어떻게 찍나 싶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이런 말을 속으로 재잘거리며 힘겹게 온 카페에서 포상이라도 받을 듯 디저트 하나와 음료 하나를 주문했다. 오션뷰가 좋은 곳이어서 그런지 통유리 쪽 좌석은 모두 유리창문쪽을 향하고 있다. 노트북을 할 것이니 일단 냅다 테이블이 큼직한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커피를 먹는 것이 습관처럼 되고 있다. 


단 음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대표음료로 소개받은 바닐라빈라떼 아이스를 주문시켰다. 남이 내린 맛난 커피를 기대하며 한 모금 마셨는데, 너무 달다. 이런. 내가 생각한 커피샤워를 받지 못했다. 커피샤워라 함은 있는 말은 아니고, 내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마실 때. 커피가 세포로 바로 들어가는 듯한 느런 느낌과 꼴깍할 때 목구멍 위에서 코로 연결되는 부분에서 풍미가 훅 하고 올라오는 그런 향이 나는 커피를 먹을  만나는 나의 느낌이다.



아쉬운 데로 목을 축이고 멍하니 창문을 보았다. 창문너머로 흔들리는 바다. 넓은 공간에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에 잠이 솔솔 온다. 노트북을 괜히 가져왔다는 생각이 든다. 직감적으로 아 노트북을 안 할 것 같다는 생각과 그렇게 1시간 동안 멍을 때렸다. 집에서는 오전에 커피를 먹으며 독서를 하고 오후에 노트북 작업을 했었는데, 제주도에서는 반대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그러고 보니 어제저녁에 숙소에서 일기를 쓸 때 집중이 잘되었다. 방음이 잘되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객들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숙소자체에 그리 사람이 많은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이 방은 이제 온전히 나 혼자 쓰니 조용하다! 그래! 이게 바로 자취의 맛인가? 내일이면 외주일거리가 생길 수 도 있는데, 방을 잘 활용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여행팁

핸드폰의 용량을 확인하세요.

저는 5G 아이폰 클라우드를 쓰는 데,

하필 여행 중에 용량이 다 찼다고 하네요.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바로 용량이 

넓어지지는 않고 구입 기간에 따라서 

적용되는 시점이 다른 건지.

서비스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는데.

여행 왔는데 핸드폰 용량이 부족하다니,

절망적이네요.


남은 데이터를 확인하세요.

저는 핸드폰 데이터도 5G짜리를 사용하는데요.

4월 말에 와서 그런지 남은 용량이 거의 없네요.

이래 가지고 남은 기간에는 어떻게 다닐는지..


저 정말 박 온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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