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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Apr 29. 2023

한 달 짜리 내 집에 온 걸 환영해.

제주도 한달살이 D+4 /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


어제만 해도 친구가 오는 것이 시간이 애매해진다고 투털거리던 나는 어디론가 가고, 지금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묘한 두근거림이 있다. 자취생활을 하는 친구집에 방문했을 때면 항상 그 공간이 부럽고, 또 나는 언제 이렇게 친구를 초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친구의 집은 아지트처럼 포근했다. 이제는 멋있는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보다는 친구만 좋다면 친구의 집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한 테이블에 계속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 누웠다가, 테이블에 몸을 기대다가 몸이 편한 데로 마음껏 뒤치덕거리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 편안함이 좋다. 친구집에 방문할 때면 손님대접해줘야지 하면서  방정리를 싹 하고, 요리해 줄 식자재를 장만하고, 또 집에서 편하게 입을 옷을 준비해주었다.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친구는 엄마처럼 자신의 준비로 인해서 흡족해하는 나의 모습에 또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 친구가 제주도로 방문한다. 내 생에 혼자 자취를 하는 경험이 있을지 없을지 아직 확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달짜리 나의 자취방에 놀러 온 친구를 위해 집을 정리 중이다. 침구류를 추가하려고 보니, 렌탈해주는 곳에서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침구류를 전달을 받을 때쯤이면 친구가 이미 서울로 가는 날이다. 이번에도 친구와 나는 한 이불행이다.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2번 함께 했었다. 자차가 없는 친구와 나는 늘 뚜벅이 여행을 했다. 배차 간격이 불안한, 그리고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 둘은 확실한 두 다리를 믿고 자주 긴 길을 걷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아마 많이 걸을 것 같긴 한데. 과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면 집을 환기하고 이불에 붙은 먼지를 털며 청소기를 돌린다.  집안 청소를 한다. 그리고 설거지도 완벽하게 해 놓았다. 지금 내 방의 상태는 최고다. 아마 나 혼자 있었더라면, 청소기는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온 택배물 박스를 활용해서 쓰레기도 이제 분리수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놓았다. 묘한 뿌듯함이 차오른다. 친구도 이랬을까?



친구가 방문하기로 한 2:30분이 다되어 가고 있다. 빨리 친구가 보고 싶다. 연락이 늦는 거 아닌가 하고 다시

핸드폰을 들려고 할 때쯤. 문에서 들리는 외침

"문 열어! "


친구가 이미 문 앞까지 와 있는 것이다. 한 달짜리 내 방이라지만 마중정도는 나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문 앞까지 와버린 것이다. 기쁜 마음에 문을 열고 친구와 나는 꼭 안고는 그 자리에서 폴짝 뛰며 어화둥둥을 했다. 비를 뚫고 온 친구의 옷을 일단 건조기에 넣고 기다리며 우리는 급하게 일정을 짰다.


비가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해도 유감스러운 마음을 품고 친구와 나는 실내 제주도 관광코스를 보았다.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는 제주도 특성상 후보 중 가까운 쪽으로 정하고 우리는 빠르게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길 눈이 어두운 나는 혼자일 때는 대중교통으로 버리는 시간이 많았는데, 친구는 확실히 다르다. 뭔가 촥촥진행되는 것이 또 다른 시원한 맛이 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노형슈퍼마켓이라는 곳으로 대형 미디어아트를 하는 곳이다. 아는 언니의 추천으로 간 곳이지만, 그래도 내심 내 친구의 취향에는 맞을까 고민을 했는데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언니의 추천코스에 확신을 갖고 


다음 코스도 추천받은 음식집을 방문하였다. 이런 그런데 음식집은 오전에는 밥집, 저녁에는 술집처럼 운영하는 곳으로  점심, 저녁 메인 메뉴가 다른 곳이었다. 미쳐 챙기지 못한 정보다. 추천 받은 김밥은 먹을 수 없어 다른 대표 메뉴인 라면을 주문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몇몇 닭꼬치를 추가주문하였는데, 주류는 어떻게 하냐고 여쭈어본다 주류? 친구는 지금 약 한 달간 금주 중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약을 복용 중이라, 안 그래도 오는 길에 여행 중에 술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 것이 30분도 안 된 상황이었다. 알고 보니 저녁메뉴를 팔 때는 주류가 1인 1잔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런! 나는 주류를 즐겨 먹지 않는다. 회사 회식 때야 공짜 술이니 기분을 내려고 먹지만 내 돈 주고 굳이 주류를 사 먹지는 않는다. 더욱이 친구상태도 그런데.. 난색을 표하는 우리의 순간 표정을 직원이 캐치했는지 바로 논 알코올 주류를 추천해 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음료를 주문했다. 뭔가 커플들이 알싸하게 분위기 내면서 한 잔씩 하는 곳에 초딩 두 명이서 라면먹으로 온 느낌이라 머쓱하였다. 라면이 10000원이고, 술이 9000원인 기가 막힌 1:1 가격의 조화. 저렴한 맛에 가려고 했던 것도 있는데 결국 한 사람당 꼬치까지 해서 20000원 가량 식사를 한 것이다. 여행와서 주머니 생각하면 안돼지만 깁밥 한줄 가격 생각하다 와서 그런지 비싸다란 느낌이 든다. 그래도 맛있으니깐 봐준다! 이 정도면 친구와의 첫날 여행으로  만족스러운 하루다. 



여행의 팁

음식집 방문 시, 휴무일과 브레이크 타임 확인은 필수

주류를 파는 곳이라면 1잔이 필수인지 까지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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