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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Apr 30. 2023

정보 없이 간 여행이 더 윤택했던 하루.

제주도 한달살이 D+5 / 유난히 타이밍이 잘 맞는 하루

하루를 옹골차게 보냈다는 느낌이 이런 걸까?  

오늘은 좀 힘든 하루가 될 수 있으니 아침은 미리저녁에 사놓은 빵과 직접 내린 커피로 평소보다는 묵직하게 먹고 간다.  방문하는 곳은 비양도라는 곳으로 제주도 서쪽에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검색을 해보니 백팩킹의 3대 성지라고 하던데, 그만큼 경관이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바로 섬으로 들어가기 전 근처에 있는 푸딩전문집을 방문했다. 제주도 카페, 맛집, 가볼 만한 곳 이런 키워드로 검색하다 보니 자주 나온 푸딩집이었지만 애초에 푸딩이라는 식품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서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던 가게였다. 그리고 더 이상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비양도 방문하며 근처 다른 곳을 찾던 중 이곳이 있어 들려보자 이런 마음으로 가볍게 들린 '우무'. 작아 보이는 가게에서 머뭇머뭇거리는 우리를 본 주인장께서 들어오시면 된다는 말에 들어가 보니 가게가 아담스럽다. 우리가 운이 좋게도 비어있던 상점으로 바로 들어갔던 것이다. 곧 이어서 바로 뒷사람이 들어오려는 것을 주인장이 제지하면서 한 팀만 들어올 수 있다고 안내한다. 후에 나오고 나서 보니 이미 줄이 한참 길어져 있었다.


제주도에서 나는 특별한 재료로 만들어진 푸딩을 언제 또 먹을지 모를 다른 생각에  3개를 구입하고 옆에 함께 운용하는 비누숍에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매장직원이 비누를 체험할 것을 권했다. 아담한 공간에서의 친절한 응대는 대우받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에 체험한 비누는 도토리묵처럼 탄력감이 있으면서 찰진 부드러운 촉감이 도드라진다. 선물을 해주고 싶어지는 언니가 한 명 퍼뜩 생각났다. 무언가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행복인 것 같다. 나에게 그런 고마운 사람이 있어 좋다. 비누라서 끽해야 2만 원이나 할까 했던 것이 3만 4천 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흠칫했지만 그 경험을 언니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쇼핑까지 야무지게 마무리를 한 우리는 푸딩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하여, 아쉬운 데로 버스 정류장으로 행하였다. 사람이 별로 없는 지역이라 그런지 정류장에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귀여운 푸딩을 조금씩 포장을 뜯어 살펴보았다. 20-30대의 취향을 저격했다고 느껴지는 패키징이다. 푸딩 위에는 꼭 항아리 같은 느낌이 연출되도록 흰 얇은 용지로 감싸고 그것을 또 고무 밴딩으로 고정을 해놓았는데, 푸딩의 색에 맞춘 밴딩이다. 그 흰 종이에는 고유브랜드의 특징이 2줄로 잘 적혀 있다. 먹으면서 살펴보니 그 푸딩용기도 친환경으로 따로 제작을 하였는지 로고가 찍혀있다. 후에 자세히 브로슈어를 살펴보니 모든 제품이 친환경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플라스틱이 아닌 일반쓰레기로 배출해 달라는 안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다음에 진행하려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 패키징에서 많이 보고 느끼는 바가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경을 쓴 패키지다. 생각을 해보면 한 팀만 들어오도록 하는 것은 여차피 많은 사람들을 함께 수용할 수 없는 공간의 단점을 장점으로 살렸다. 자연스럽게 한 팀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줄은 늘어진다.  대기줄이 늘어진 집은 딱 보기에도 맛집처럼 느껴진다.   물론, 맛 또한 뛰어났다.  사실 푸딩과 젤리를 서로 혼동할 만큼 그 제품군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 디저트류 중에서도 좋아하는 디저트는 빵류다. 마들렌, 까눌레 등을 좋아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어 푸딩이라는 디저트는 머리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더욱이 한정된 식사량에 굳이 푸딩이라는 메뉴를 선택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먹어본 푸딩은 아는 푸딩의 기준을 바꾸었다. 이때까지 먹었던 푸딩은 공산품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혀에서 차르르 녹는 그 부드러움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구입 후 30분 이내 섭취권장시간이 남아 돌았다. 친구와 감탄을 하며 먹는 와중 정류장에 어떤 동네 아주머니가 와서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그 디저트가 맛있냐고 물어보신다. 아주머니는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제주도는 어떤 것 같냐고 등을 물어보았다. 너무 좋다고 하는 대답에 아주머니도 제주도가 좋다고 하신다. 본인은 젊은시절에 자리를 잡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와서 살기에는 일자리가 없지 하시면서 아쉬워하신다. 짧은 대화가 오가고 나서 친구와  다음 행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신 아주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낯선 젊은 관광객인 우리가 마음에 드시는지 걸어가는 방법을 추천하셨다. 친구는 나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는 사이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버스는 앞을 지나가 버렸다.


내 마음은 버스를 타고 싶은데 아주머니가 옆에서  걸어갈 것을 권유하셔서  이러다가는 버스가 오기 전까지 아주머니와  어색하게 있을 것 같아  걸어가는 방법을 취하게 되었다. 걸어가는 길은 빠뜻했다.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걸어가는 방법을 택하였고



12시에  배가 떠나는 항구에 안타깝게도 12시 3분에 도착하게 되었다. 다음 2시 배를 생각하며 애매한 시간을 관광할까 하다가 우리는 승선등록이나 먼저 하자고 들어섰다가 우연히도 1시 반에 배가 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1시간 반 출항 배를 끊었다. 우리 뒤로 3명을 더 받고 1시간 30분 차는 마감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타고 가는 1시 30분 차도 마감이 12시쯤 된 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우리는 12시 배를 탈 계획이었더라면 10시 반쯤에는 승선등록이 완료되었어야 했던 것이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선한 배는 작은 배여서  멀미가 좀 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 거뜬히 갈만했다. 

그리고 도착한 비양도. 친구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지도를 가지고 와서 보여준다. 안내서에는 비양도 한 바퀴를 도는 것이 45분이면 충분하다고 되어 있다.


우리는 허기가 져 섬구경을 먼저할지, 식사를 할지 고민을 하며 어슬렁거리다가, 우리처럼  어슬렁거니는 고양이가 있는 가게에 눈길이 갔다. 메뉴판에 라면이 보였다. 확 구미가 당기었다. 친구도 보말 칼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어 먹어보고 싶다는 말에 우리는 바로 그 자리에서 비양도를 다 못 돌더라도 식사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햇빛은 따시고, 산들바람은 불고, 공간은 톽 튀어져 있고, 정원이 꾸려져 있는 그 공간에서는 우리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와- 이거면 이미 비양도에서 할 거는 다했다.'며 포만감에서 행복감을 꼈다. 비양도를 다 못 돌 수도 있지 생각하곤 3가지 선택지 중 골랐다.


'비양도를 다 못돌면 어떻게 해?'에서 '다 못돌 수도 있지'로 생각이 바뀌며 다음 선택을 했다. 

섬 중심에 있는 산봉오리로 가는 방법, 해안도로를 도는 방법 중 우리는 후자인 해안도로를 도는 방법을 택하고 배 시간이 되면 되돌아올 각오로 우리는 풍차가 있는 길을 선택했다. 


풍차가 있는 곳까지 소요시간을  보고 마저 한 바퀴를 돌지 판단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왜 비양도를 추천하는지 알게 되었다.  사전 정보도 없이 자연경관이 좋다는 것만 알고 가게 되었는데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충족되는 공간이었다.작은 섬이어서 해안길을 따라가는 그 어느 길에서도 한쪽에서는 제주의 바다, 반대편은 산봉오리가 있는 것이 달고 짠 음식처럼 조화로웠다.

더욱이 우리는 식사를 하고 보통 사람들이 가는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가니 같은 공간에 사람이 없어서 많은 사진을 편하게 찍었다. 만약에 우리가 도착해서 사람들의 대열에 맞추어 갔더라면 한 바퀴를 그 사람들과 움직였을 것이다. 우리의 페이스로 갔는데, 오히려 편안한 공간을 누리며 가게 되었다. 풍차에 도착했을 때 우리의 보폭과 남은 시간으로도 충분히 한 바퀴를 돌 수 있다는 판단이 되었고,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승선.


오늘은 참 운이 좋은 날이다. 버스를 바로 타고, 디저트집도 대기 없이 가고, 배표도 30분 일찍 막타로 갈 수 있었다. 내 마음의 속도와 반향으로 움직여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다는 메시지마져 느껴지는 날이었다. 



오늘 여행의 팁

-비양도를 갈 거면 배시간 보다 1시간 반정도는 빠르게 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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