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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03. 2023

비 오는 날 뚜벅이, 갓길 피하다 트레일 타다

제주도 한달살이 D+8 /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무사 집으로 귀환하다

이른 아침 친구가 퇴실을 했다. 뭔가 한달살이를 하는 동안의 큰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었다. 잠깐이지만 나의 공간에 머무는 친구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좋은 추억을 쌓다 가길 바라는 내 마음이 '숙제'처럼 느껴지게 했던 것 같다. 홀가분한 기분과 함께 정신을 차리고 보니 29박의 제주도 한달살이 중에 벌써 8번째 날이 지나가고 있다. 워밍업도 끝이 났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려고 보니 오늘 오후부터 해서 앞으로 4일간  쭉 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오늘 오전이라도 어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짐을 차리고 나가 보았다. 중문이라 1시간 반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평일 오전 9시 반 251번 버스에는 출근을 하는 사람도 관광을 하는 사람도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버스는 예상보다 빨리 1시간 정도 걸려 도착지에 도착하였다.

도착지는 엉덩물 계곡이라는 곳으로 블로그 이웃이 다녀온 곳으로 소개가 되어 방문하게 되었다. 기대를 한 것과는 달리 근쳐 고급 숙박시설에 숙박하는 사람들이 부른 배를 꺼트리기 위해 산책할 정도의 코스였다. 단순히 그 경치를 보러 오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혼자서 여기까지 온 나 자신에 대해서 응원을 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비가 몇 방울 떨어지는 것 같더니 서서히 굵어지기 시작한다. 아쉬운 마음에 근처 전시관도 알아보았지만, 배가 고파지는 시간이 되어서 다음으로 알아본 장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길이 초행길이라 예상시간을 넉넉히 잡지만, 까닥하다간 식사시간을 훌쩍 넘긴다.


다음장소는 원앤온리라는 카페로  산방산을 앞에 두고 앞으로는 바다를 보고 있어서  경치가 우수한 공간으로 인스타그램에 소개가 되고 있는 공간이다. 비도 오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이동하였다. 이번 가는 길을 버스장류장까지 20분, 버스를 타고 20분, 다시 내려서  그 장소까지 2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뚜벅이는 일단 버스에 몸을 맡기고 이동을 하면서 내려서는 내가 가야 하는 길을 보곤 다소 놀랬다.


난생처음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왔을 때의 모습이 생각났다. 스마트폰에서 안내하는 데로 갔더니

찻길에 한 명이나 겨우 걸을 만한 폭의 갓길로 걸어가야 했던 그 길과 똑같은 길이었다. 이번에는 더 난관인 것은 한쪽 손에는 우산을 들고, 혼자서 가는 것이다. 신발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까지 해서 가야 하는 곳인가? 의문이 들어 되돌아갈까라는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았으나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갔다.

산방산이 비가 오니 한층 더 수려하게 보인다. 이 산을 등진 카페라 분명 좋을 거야 생각하며 희망을 품고 걸어간다. 그 기대감은 신발이 물을 머금어 축축해질 수록 내려앉았다. 내일은 이 운동화가 다 마르지 않으면 어디 나가지 못하겠군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멀리서 보이는 간판에 힘을 내 무거워진 발을 끌고 도착한 원앤온리 카페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와 있었다. 아차 싶었다.


어르신들이 이렇게 많이 내리다니,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타던 실력으로 재빠르게 먼저 들어가서 일단 자리를 잡는다. 관광객  아저씨 무리가 내 옆에 자리를 잡았지만 테이블이 부족하여 나머지 분들이 의자에만 덩그러니 옆으로 앉았다.  그, 관광객들 사이에 앉게 되었다. 나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주고받으신다. 일단 주문을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사이 혹시나 자리를 뱃기는 것은 아닌지 짐으로 자리를 표시를 눈에 띄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을 하러 갔다. 카페지만 음식도 함께 파는 곳이다. 원래는 음식과 카페 모두 먹을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매장에 딱 들어왔을 때의 소음, 습습함.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늘은 비가 와서 루프탑도 막아두었고,

야외에 있는 테이블도 쓰지 못한다 오직 내부 공간만 쓸 수 있는데, 그러기에는 쾌적하지 못했다.나온 음식을 먹곤  그래도 온 김에 건물을 본다. 정말 좋은 경치에 비만 오지 않으면  이런저런 것들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첫인상이 좋지 못해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모두가 예쁘다고 찍는 산방산도 뚜벅이로 걸어오면서 20여분 넘게  옆에서 쭉 보고 와서 그런지  그리 감회가 남다르지는  않았다. 정말 밥만 먹고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핸드폰을 켜서 집으로 가는 방법을 찾는다. 시발은 물쿠션처럼 축축하다. 더 이상 많이 걸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소환승, 그리고 가까운 정류장이 있는 곳을 골랐다. 8분이면 걸어갈만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힘을 내어 발걸음을 옮겼다.


2가지 길이 있었지만 옆으로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차가 무서웠던 나는 갓길이 아닌 이번에는 해안길을 선택했다. 그런 데 해안길이라고 해서 바다가  보이는 길이 아니었고, 일반 길이다. 정말 아무도 없어서 다른 무서움을 느꼈다. 친구가 우스개 소리로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정말 사람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무서움이 들었다. 뉴스에서 흉흉하게 들리는 제주도 실종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 자체가 현실을 그리 만드는 끌어들임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닌지 짧은 순간에도 온갖 상상을 한다.


아무도 없는 길에 모래 길을 걷는 나의 발걸음마다 물을 적당히 머금의 모래는 사그작 소리를 내며 울려서 나는 두세 번을 뒤를 확인하였다.  꼭 타인의 발걸음 소리가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을 때쯤 남자사람이  실제로 나타나서 놀랬다. 저 사람도 이 시간 이 공간에 있다니 뚜벅이인 것인가 내가 불쌍해서 그런지 저 사람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며 짧게 나마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곤 각자의 길을 걷는다. 


이 길이 어떻게 8분인 건지... 의문이 들면서 이 길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올 길을 갔다. 길을 가면서 보였던 멋있다는 그 경치에 내가 들어와 있었다. 어느덧 그 능선을 올라온 것이다. gps는 편지기준으로 시간을 잡아서 8분으로 거리를 알려준 것같다. 이 능선은 절대 8분짜리가 아니다. 다음부터는 '뷰까지 확인을 하고 움직여야겠다.' 다짐을 하며 가파른 곳에서 주변을 보니, 이 길이 심상치가 않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아름답다 생각했다. 그런데 좀 여기 뭔가 산악코스같닸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보이는 팻말.

트레킹코스였던 것이다. 효율과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 덕분에 4박 5일 동안 열심히 다니고 오늘은 적당히 중문만 찍고 와야지 했는데 나는 비 오는 날에 트래킹코스를 걸어온 것이다. 선능선에서 이사실에 웃음이 난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조금 더 천천히 보고 싶다가도 바다를 앞에 두고 높은 곳에 우산을 들고 있으니 우산이 뒤집어지면서 나까지 바람에 쏠려 넘어갈 것 같은 느낌에 바다를 곁눈질로 간간히 허리를 펴서 보곤 재빠르게 우산을 기울이며 올라왔다.


이제는 도로가 정리가 된 곳이 보인다. 그리고 버스정류장 안 외국이 부부가 보인다. 안전한 장소에 사람이 보이자  마음이 안심되었다.   우산을 접고 일단은 버스 정류장안에서 물 한 모금을 마셨다. 비 오는 날이지만 긴장감 넘치게 와서 그런지 젖은 몸과달리 목이 탔다. 다시 한번 스마트폰을 보았다. 아까 분명 가장 가깝고 환승을 하지 않은 버스라고 봤던 버스(202)는 환승을 해야 하는 버스로 바뀌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한 번에 가는 버스 251번을 찾았다. 그 버스가 오는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아무도 없다. 버스정류장이라기에는 팻말이  하나 있다. 다시 한번 핸드폰을 보니  하루에 8번 오는  버스라고 한다. 이건 뭔가 버스 정보가 오락가락한다. 다시 원래 있던 버스 정류장에 가니 그 외국인 부부가 반대편에 서 있다가  그 202번 버스를 타고 갔다.


  뭐지 싶었더니.. 이런 지도를 잘 못보는 나는 방향을 착각했던 것이다. 차를 놓쳤다.  외국인 부부는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에 있었던 것이고, 나는 사람을 보았다는 안도감에 당연히 이 방향이겠거니 했던 것이다. 황망한 마음에 반대방향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는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옆 관광안내소에서 일하시는 분이  나와서 어디로 가냐고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더니 버스를 추천해 주신다.


추천해 주신 코스는 아까 정류소 푯말만 꽃혀 있어 있다가 되돌아 온 곳이다.  그래서 하루에 8번만 오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며  차라리 여기서 이걸 타고 환승해서  가는 것이 더 좋지 않냐고 하니 어르신께서 내가 여기서 살고 있어서 안다고 8번이 아니라 40분 간격으로 오고 있다고 그쪽 방향이면 부스 없는 버스정류장에 있으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또 다시 그 버스가 있는 데로 갔다. 이번에는 아까 안보이던 반대편에 20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있다. 그런데 나에게로 우산도 안 펼치고 달려오더니 방향이 어디냐며 나랑 같은 방향인 것 같은데 부스가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나는 그러다가 버스를 놓치면 어떡하냐고 하니 버스가 보이면 달려가면 되죠! 하며  안에서 기다리라고 권한다.  그녀는 자기는 우산이 부서졌다고 한다. 이런, 버스가 부서졌는데, 나에게로 달려와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라고 말을 해준 것이다. 오늘은 이런저런 사람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은 날이다. 고맙다는 말을 전달해 주었다. 오늘은 계획했던 곳들이 예상했던 곳보다 실망스러웠고, 가는 길도 고역이었는데, 하지만 사람들은 참 좋았던 하루인 것 같다.

다리가 저린다. 내일도 비가 오겠지만, 오늘 비 맞은 옷들을 정리하고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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