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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Sep 03. 2023

나는 좋은 회사인가.

이번 일주일은 유난히도 역동적이면서도, 정적이었던 한 주였던 것 같다. 퇴사 후 잔잔한 일상에서 갑작스러운 프로젝트로 인한 시간제약이 생기면서 느껴지는 압박감, 그리고 그것에 모든 것을 기울이면서 느껴지는 지극히 단순해지는 시간이었다. 단 한 가지의 일로 2주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에 치여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평소와는 다른 소리가 창밖너머로 들린다. 곤충소리 구별하지도 못하는 현대인이지만, 이 소리를 듣고 난 귀뚜라미소리구나라고 인식하다. 여름에는 들리지 않고 이 계절 때면 들리는 낮은 소리의 쨍알거리는 소리. 그렇게 또 한 계절이 다가왔구나 생각한다. 정신없이 일에 파묻히는 사이에 이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가고 또 한 계절이 다가오는구나. 생각이 드니, 생각이 깊어진다.


밤이 되어서야 계절감을 느끼다니, 이렇게 밤늦게 일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다닐 때면 통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벚꽃을 보며, 답답해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집에서 일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밤낮 평일주말 구분 없이 일을 하는 것은 회사를 다녔을 때면 충분했다. 스스로 더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래야지 성공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스스로를 볶는다. 실로, 회사를 다닐 때 이렇게만 내일을 한다면 성공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하자라고 암암리어 생각하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난 타인지향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인 것 같다. 오히려 회사라는 울타리가 있을 때, 더 물리적으로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야지만 타인과 비교했을 때 우위에 있다고 느끼거나 혹은 타인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더 회사 안에 가두었던 것 같다.


그런데 홀연히 혼자가 되니, 아이러니하게도 절절하지도 않다. 눈에 비교되는 사람이 없다. 오직 지금의 내 만족도가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이다. 고됨, 수입에 대한 모든 책임이 다 나에게 귀결되기 때문에 나는 나에게 관대하게 허용하게 된다. 혼자 일할 수록 내 삶의 몰입이 더욱 된다.


회사로 따지면 지금 나는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시간적으로 완전히 자율적이고, 쉼도 온전히 긴장감 없이 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업무 중에 리프레쉬를 위해서 적당히 쉬고 싶을 때 회사에서는 상사나 오너의 눈치 없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다녔던 회사들은 상수 인원이 10명도 안 되는 작은 회사들이어서 그런지 인프라가 잘 구축된 곳은 없었다. 흡연을 하지 않기 때문에  화장실 혹은 애매한 탕비실에서 쉬었었는데, 지금은 눈치 없이 온몸은 땅에 뉘에서 쉬었다가 다시 일하러 갈 수 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도 1시간이 아닌, 직접 요리를 하면서 또 한 번 리프레쉬를 하며 1시간 반정도를 쉰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일을 한다. 그리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하여 이른 식사를 5시 반쯤 한다. 이렇게 정식적인 하루의 일을 다 끝낸 후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다. 그 이후로 남은 시간을 더 투자하여 일을 하고 싶으면 하는 자율 시간으로 둔다. 그래서 급한 상황에서는 일을 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보통 그러면


9-12시, 1시 반~ 5시, 10~11시로 일이 되면서 공식적인 업무 시간은 오히려 회사 다닐 때보다도 적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집중은 아주 좋은 편이다. 할 일이 없어서 멍 때리고 화면을 보는 일도 없다. 불안정한 수입이라는 것이 나쁜 회사의 1 조건이지만, 지금 내 상황은 그것은 이제 기본 세팅값이 되었다.

안정적인 수입을 선택하지 못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있어 무엇인가? 생계유지가 가능한 정도의 최소의 돈과 자유다. 지금의 정도면 나름 밸런스가 괜찮은 것 같다. 나에게 후한 회사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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