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어웰>

백일백장 마흔여섯

by 민희수

어제 13,000보가 넘도록 걸어 다닌 탓에 오늘은 집콕하며 쉬다가 최근 즐겨보는 유튜브에서 추천받은 영화 중 〈페어웰〉을 보게 되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미국에 사는 중국인 가족의 딸이 주인공인데 그녀는 중국에 있는 할머니와의 관계가 각별하다. 그런데 할머니가 말기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고 가족들은 그 사실을 할머니에게 알리지 않기로 합의한다. 가짜 결혼식을 핑계로 모두가 중국의 할머니 집에 모이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THE FAREWELL


아직 절반밖에 보지 못했다. 몰입감이 괜찮은 영화임에도 오늘따라 산만한 정신 때문에 잠시 멈춰두었다.

영화 속에서 그 딸만이 할머니께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을 정리할 기회를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 심지어 주치의까지도 알리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암을 알게 되면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더 빨리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흥미로운 건 이야기가 다루는 주제에 비해 영화의 분위기가 어둡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유쾌하다는 점이다. 할머니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믿으며 씩씩하고, 가족들은 갈등 속에서도 할머니를 중심으로 다정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아마 후반부로 갈수록 더 깊고 다양한 감정들이 드러날 듯하다.


영화를 보며 ‘만약 가까운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선택이 옳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면 두렵겠지만 동시에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 다행일 수도 있겠고. 반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평소처럼 지내다 편히 떠나는 편이 나을까.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주변의 미묘한 공기 변화를 감지하고 자신만 모른 채 남겨진다는 기분을 불편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사실을 전해야 하는 역할도 참 어려울 것이다. 입술이 떨어지지 않고, 눈물이 앞서고, 마음은 끝없이 흔들리리라.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사람의 뜻을 존중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떠나는 이에게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낼 권리가 있고, 남은 이들에게는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지탱해 주는 건 결국 서로에 대한 사랑이지 않을까. 육신은 사라져도 그 사랑의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줄 테니까.

요즘처럼 가족들 조차 서로를 외면하기 쉬운 시대에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며 나머지 절반은 더욱 집중해서 감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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