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업을 듣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난 후에 약간 멍한 상태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방금 같이 수업을 들은 분을 보았다. 엘리베이터에서도 폰을 보고 있길래 뭐 보나 했더니 유튜브 쇼츠를 보고 있었다. 흔한 광경이긴 한데, 우리는 방금 50분 동안 열심히 이런저런 동작을 취하다가 마지막 짧은 명상을 마치고 나온 참이다. 그 틈에도 보고 싶게 만드는 쇼츠의 강력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질병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폰으로 매일매일 확인하고 이용하던 여러 앱들을 삭제하고, 컴퓨터에서만 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별로 하지 않게 되었다. 매일 틈만 나면 보던 것들인데, 컴퓨터로 장을 옮기니 1주일에 1-2번 체크하는 것에 그쳤다. 딱 그 정도 재미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폰을 덜 봐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목 상태의 악화였다. 심각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피곤할 이유가 없는데 과도하게 피곤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유튜브에서 - 이것도 결국 유튜브에서 봤다 - 목 디스크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운동을 몇 회 해보았는데 금세 컨디션이 좋아짐을 느꼈다. 병원에서 진단받은 것은 아니지만 아마 목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일 테다. 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첫 번째였고, 모니터의 높이도 약간 올렸다.
그렇게 한 지 이제 1-2주 정도 되었다. 작은 변화가 느껴진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중독되었던 것들을 계속해서 발견하게 되었다. 중독된 느낌이 들면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곧 또 하게 되었지만 그때마다 다시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멀어지길, 다시 맑은 정신과 좋은 컨디션을 갖게 되길 간절히 바라며 재활 치료를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