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고추장찌개가 당긴다. 예전에는 애호박찌개하는 식당에 가끔 가곤 했는데, 올 겨울 들어서는 직접 만들어먹기 시작했다. 고추장찌개의 감을 잡는 데는 어남선생의 레시피가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잠깐 딴 얘기지만 이분 레시피 정말 좋은데, 정말 초보들도 맛 낼 수 있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감각이 있어야 하는 대가들의 레시피와는 다르다.
여하튼 이런저런 레시피를 시도하면서 느낀 것은, 고추장찌개의 주인공은 돼지고기도 아니요, 애호박도 아니라 바로 감자라는 사실이다. 고추장과 감자가 가장 중요하다. 양파와 돼지고기는 중요하긴 하지만 역시 조연이다. 이 찌개의 혼은 고추장과 감자에 있다.
오늘도 고추장 감자찌개를 끓여서 후후 불며 감자를 먹다가 갑자기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였을까? (그 당시) 여천의 무선이란 곳에 가족들이 종종 먹으러 가던 감자국집이 있었다. 감자탕이 아니라 감자국이고, 뼈다귀의 감자가 아니라 진짜 통감자가 듬뿍 들어가 있는 고추장찌개에 가까운 국이었다. 고기가 들어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고, 네 가족이 감자를 한 알씩 자기 접시에 들어서 국물에 말아먹었던 기억이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그렇구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난 어릴 때부터 고추장찌개를 먹어온 것이다. 겨울에 고추장찌개를 그렇게 먹고 싶었던 것도 어쩌면 그때의 기억들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런데 쓰고 나니 괜한 의미부여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야기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나의 고추장 감자찌개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