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루토 Oct 11. 2020

엄마의 노동은 당연하지 않다

어차피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면 해야하는 일이니까 청소나 요리, 설거지, 빨래 등등의 집안일을 아이들에게 전혀 가르치지 않고 시키지도 않는다는 부모들을 종종 본다. (충격적이다)


엄마가 전업 주부라면 집안일의 대부분을 하기야 하겠지만 위에 열거한 것들은 사실 기본 생존 능력이다. 기본 생존 능력을 유예시킬 때, 우리는 엄마의 집안 노동을 보이지 않는 노동, 누군가 혼자서 당연히 다 도맡아 하는게 맞는 노동으로 만들어 버린다. 심지어, 어차피 결혼하면 다 해야 하니 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내가 감내하며 노동하듯 너도 감내하듯 노동하게 되리라는 암묵적 시인에 가깝다.


아들이건 딸이건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알게 키우는 것이 정답이다. “어차피 크면 다 해야 하고 지금은 학생이니까 공부만 하라”는 논리는 기형적 인간을 키워낼 뿐이다. 군인들이 열심히 옷을 개고 정리하는 것도 훈련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자라나면서 모든 집안일을 십대 아들/딸이 도맡아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먹고 난 것은 치울 줄 알고 기본 세탁기는 돌릴 줄 아는 인간으로 키워야지. 싱크대 앞에 내 아이가 섰을 때, 어차피 결혼하면 다 해야한다며 말리는 것. 특히 이 대사는 주로 엄마가 딸에게 하는 대사이기 때문에 gendered practice이며 성차별에 근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암묵적 성역할을 연장할 뿐 절대 뒤집어 엎지 못한다.


결론은! 아들이건 딸이건 제 앞가림 할 줄 아는 인간으로, 그리고 먹고 살고 치우는 기본 노동을 “아래로 치부”하지 않고 기본으로 생각할 줄 아는 인간으로 키웁시다.

작가의 이전글 그런 날이 올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