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음이 참 불안하기도 하고, 답답하다.
며칠전 너무 울어서인지 왼쪽 눈에 처음으로 다래끼가 생겼다.
그걸 해결하느라고 오전엔 찜질을 좀 해주었다.
이 마음의 착찹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침약을 먹지 않은 탓일까.
지금 내 상황에 대한 불안감일까.
내 인생에 대한 회의감일까.
어제 상담을 하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말해달라고 하시는 선생님께, 나는 세 가지 기억을 말씀드렸다. 첫번째는 인생을 망친 것만 같았던 첫 수능날, 두번째는 여섯살 무렵 술취한 아버지에게 당한 폭력, 세번째는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당한 매질.
나에게는 너무나 여러번 되뇌어진 기억들, 닳고 닳아서 이제는 선명하지 않은 순간들, 그리고 굳이 떠올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인데, 상담을 이유로 다시금 그 기억들을 꺼내와 펼쳐내야 한다는 사실이 솔직히 말해서 거추장스러웠다.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일들, 그 당시에 내가 어느 신체 부위가 아팠느냐고 묻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잘 모르겠다고 하니 다시 상상해본다면 어느 부위가 아팠을 것 같은지를 물어보셨다. 나는 명치 위가, 그리고 목 안쪽이 눈물이 터지기 전처럼 꽉 메이는 느낌일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는 왜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걸까.
나는 왜 이런 병을 앓게 되고, 무기력한 상황 속에 놓인 걸까.
나는 왜 살아가야 할까.
오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나를 해석하는 나의 태도뿐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왜 나를 긍정할 수 없는지. 감사일기를 써봐도 왜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지 않는지.
매분, 매초가 고통스러운지.
다시 한 번 수면 아래 바닥으로 내려가는 시간을 지나야 올라올 수 있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잠시 내려가는 것일뿐,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순간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