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워질 때, 되고 싶은 나

돌아가지 않을 용기

by 블라이
해외 살이 10년 차, 내가 미워질 때


나는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인정받고, 더 잘하고 싶다. 가족 안에서도, 회사 안에서도 그렇다.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속이 상한다.


어릴 적부터 이런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마음을 다스리려 애썼지만 여전히 나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로는 그것이 나를 성장시켰지만, 동시에 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삶의 여건에 만족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맞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해외로 여러 기회들을 찾아 나왔고, 지금, 나와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 네덜란드에서 지내고 있다.


이번 한 주는 회사에서 나 자신을 많이 괴롭혔다. 더 인정받고 싶어서 욕심을 냈고, 그 과정에서 실수도 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문제는 내 태도였다. 상대를 대하는 내 모습이 성숙하지 못했고, 그래서 스스로가 몹시 미워졌다. 그렇다고 내가 싫다고 해서 나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내가 세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이고, 그런 나를 받아들여야 했다.


환경도 마찬가지다. 바꿀 수 없을 때는 그것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사는 곳이든, 직장이든. 물론 노력해서 옮길 수도 있지만, 언제나 원하는 대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환경 속에서 살지 못하더라도, 그곳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꼭 이러한 환경 이어야지만 내가 행복할 것이라고 제한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 어느 곳에 있든 다양한 모양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둘 순 없을까.


이제는 이상적인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보다, 내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 자신을 건강하고 성숙하게 가꾸어가고 싶다. 부족하더라도,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사람을 대하는 내 태도가 바르고 진실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매일 나를 조금씩 가꿔 나간다면, 나는 분명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내가 신앙을 가진 이유 중 하나는 나는 참 부족한 사람이지만 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부족한 나를 사랑해 주셨고 앞으로 더 성숙한 내가 되도록 나를 이끌어주실 것을 믿기에 내일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와 타인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


오늘 묵상했던 말씀도 그러했다. 나에게만 집중되었던 시선을 거두고, 하나님과 내 인생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이루었는가’에만 집중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어디에서 일했고, 어떤 성취를 했는지에만 몰두하던 마음을 이제는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직위, 더 많은 돈을 버는 일에 집중하는 대신, 이미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자족하는 마음을 갖고 싶다. 그럴 때,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사람들도 계절이 변하고 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가 생긴다.


이제는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마음을 두려 한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 사랑하는 사람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른 사람이고 싶다. 사람을 경쟁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걷는 존재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그렇게 주어진 삶 속에서 나의 나 된 모습대로 아름다운 인생을 빚어가고 싶다.


나는 여전히 미성숙한 사람이지만 매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숙해지도록 나를 돌아보고 글을 쓴다. 네덜란드를 포함해 지금까지 지내온 모든 곳에서의 경험이 단순한 기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더 성숙해지게 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산다면, 네덜란드에 남더라도, 혹은 이곳에서의 삶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 산다 하더라도, 어느 곳에 있든 감사와 사랑으로 하루를 충실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