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과 크로아티아 자유여행을 가기 위해서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호텔을 알아보고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섯 달이 지났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 오늘부터 한 달가량 남았다는 거다. 이제 슬슬 여행 준비 모드 스위치를 'ON'해야 할 때가 왔다.
내가 예약한 비행기 티켓은 에미레이트항공인데 자정 즈음에 인천공항을 출발한다. 9시간 30분의 비행 후에 두바이를 경유한 후 에미레이트 항공 소속 저가항공사인 플라이두바이를 이용하여 7시간 뒤인 다음 날 오후 2시경에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이 여정의 비용은 인당 121만 원이다.
내 기준으로 이 여정은 충분한 소화할만한 여정이다. 크게 힘들기도 않고 가격 또한 8월 성수기임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체력이 달리는 작은 언니는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가 보다.
"두바이에서 대여섯 시간을 지겨브가 우째 기다리노? 어디 누울 데도 없을 건데..."
이 여정으로 예약 확정 통보를 하자마자 전해 온 작은 언니의 메시지였다.
작은 언니의 말에 걱정이 되어서 두바이 공항을 급히 검색해 보았다. 두바이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 중에 하나라, 재수만 좋으면 누울 자리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안전을 생각한다면, 교대로 잠은 자야 할 수도 있지만.
도전의식이 강한 큰 언니는 "일단 해보는 거지. 그런 큰 공항은 좀만 움직여도 다섯 시간 금방 간다."며 시크하게 대응했다. 큰 언니가 쿨하게 반응하니 작은 언니도 일단은 "그래? 알겠다"며 수긍을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하면 두바이 공항에서 경유 시간을 덜 지겹고 보다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출국 시에는 두바이 공항에서 새벽시간을, 귀국 시에는 늦은 밤과 이른 새벽 시간을 보내야 했다. 너무 늦은 밤 시간이라 솔직히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더운 나라라서 심야에서 주로 활동한다고 하니 안심이긴 해도 뭔가 언니들을 보다 좋은 시설에 유치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항라운지였다.
아주 예전엔 비즈니스나 일등석 손님들 위주로 공항라운지를 사용했는데 요즘은 PP카드 같은 것만 있으면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패키지여행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시설이 바로 공항라운지이다. 공항라운지를 이용한 경험이 나도 두어 번 밖에 없다. 그것도 인천공항에서만. 딱히 시간이 많이 남은 건 아니었지만 출국하는 김에 공항 라운지 정도는 이용해 봐야 폼나는 해외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온 가족이 공항라운지를 무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아서 단체로 라운지에서 저녁 뷔페를 먹었다. 음식이 아주 고급은 아니었고 가지 수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음식이 다 깔끔하니 먹을만했다. 위장의 크기가 한정이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더라운지> 앱을 켜서 두바이 공항에 있는 라운지를 검색했다. 두바이 공항에는 총 12개의 라운지가 검색되었다. 두바이공항에는 3개의 터미널이 있는데 터미널 1에 퍼스트 클래스용 라운지를 포함 3개의 라운지가 운영되고 있었고 터미널 2에는 달랑 하나, 터미널 3에는 8개의 공항라운지가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는 터미널 2와 3을 이용할 예정이므로 9개의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거다.
인천공항 라운지는 밤 10시까지만 운영이 되어서 두바이도 혹시 그런가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늦은 밤과 새벽에 두바이 공항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밤 시간에 이용이 안되면 빛 좋은 개살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두바이공항 라운지는 12개 라운지 전부다 24시간 운영이었다. 앗싸~!
이용 시간은 라운지에 따라서 2시간만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4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면 공항에서 대여섯 시간 대기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겠다, 싶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가장 저렴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연회비가 없는 제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서 일정 금액을 사용하고 이용 혜택을 받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연회비가 없는 카드의 종류가 많았던 것 같은데 (6월 기준) 이번에 다시 검색하니 두 종류의 카드가 검색이 되었다. 그중에서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되는 카드는 신한 SOL트래블체크카드였다. 월 30만 원의 카드 실적을 달성하면 연 2회(월 1회) 라운지 이용이 가능하고 여행을 위한 카드라 현지에서 좋은 환전 수수료(혹은 수수료 없이)로 카드 사용이 가능한 카드였다.
언니들에게 신한 SOL카드를 발급받으라고 하였다. 언니들은 6월 말에 카드를 발급받았다. 어제 언니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현대인은 카드 안 쓰는 사람이 없다. 어차피 쓸 카드, 당장 쓸 혜택이 있는 카드로 쓰고 여행 가는 8월에 두바이에서 공항라운지를 이용하는 거다. 출국과 귀국 두 번중 한 번밖에 라운지 이용을 못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다야 한 번이라도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한 번은 두바이 공항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한 번은 라운지를 이용하고. 두 번의 긴 대기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두바이공항은 다른 어떤 공항보다 시설도 좋고 넓다고 한다. 나도 두바이공항은 처음이다. 무엇이든지 처음은 긴장되고 설렌다.
낯설게 보기, 창의력의 바탕이며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낯설게 보기를 8월 세 자매들의 여행에서는 경유하는 공항에서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