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와 플라이두바이 비행기 안에서
세자매의 인천-두브로브니크 사이의 여정기
드디어 세 자매 여행일이 도래하였다.
우리는 에미레이트항공과 플라이두바이항공을 이용하여 크로아티아행 티켓을 끊었다. 8월 여행인데 2월에 티켓팅하여 가격은 126만 원, 혜자스러운 금액이다. 다만 경유시간이 긴 게 단점. 하지만 경치 좋고 바위 좋고 정자 좋은 곳이 어디 딱 나를 기다리고 있으랴. 한두 개만 좋아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야지.
온라인체크인을 확인하기 위해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온라인체크인 전에 사전 좌석 지정이 있고 여기에 별도 비용이 소요되었다. 좌석에 따라 약 10만 원, 3만 7천 원, 2만 6천 원 정도였는데 일반 이코노미도 사전 좌석 지정에 비용이 드는 건 좀 놀라웠다. 비행 사흘 전이었는데 벌써 빈자리가 거의 없다. 비용을 들일까 말까 고민하는 중에(사실 나는 어딜 앉든 상관이 없고 단지 이런 꼼수를 쓰는 항공사가 좀 얄미워 돈 쓰기 싫은) 작은 언니가 좌석을 지정했다고 통보를 해왔다. 셋이 나란히 못 앉을까 봐 불안했던 것 같다.
출발 시간은 밤 11:55분. 모든 수속을 마치고 11시에 비행기탑승을 시작했다. 곧 뜨겠지, 생각한 비행기는 한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다. 전기 문제가 있어 15분 정도 기다려달라는 방송이 유일한 안내.
우리 자리는 앞쪽이어서 녹색 형광옷을 입은 수리기사가 기장실로 들락날락거리는 게 보인다. 불안했다.
비행기는 결국 예정 시간보다 1:40분이 지난 다음 날 새벽 1:40분이 되어서야 이륙을 했다. 기다림보다야 생명이 중하니 참을 밖에 도리가 없다.
기내식을 준다. 매운 해산물밥이랑 바비큐치킨이다. 벌써부터 매콤이 땡겨 매운 해산물을 골랐다. 괜찮았다. 작은 언니는 기내식이 소화가 안된다 해서 조카가 특별식을 신청해 줬는데 토마토 한 조각과 아무 간도 안된 고대로 삶은 허연 닭가슴살 한 조각이다. 나름 글루텐 프리식이라는데, 언니는 닭가슴살 옆에 가미된 감자만 먹었다. 특별히 오히려 실망이 된 케이스랄까? 우리 모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기내 엔터테인먼트가 엄청났다. 영화가 한 오백 개는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어영화가 따로 있는데 거기에 한 30개 작품이 있었지만 전부 다 더빙이다. 우린 원어에 한글 자막을 원했는데 더빙 이라니! 영화가 집중이 안된다. 아이언맨이 한국말을 하고 배트맨이 한국어로 이야기하니 이질적인 느낌이다. 그나마 애니메이션이 봐줄만하다. 아, 넷플릭스에서 영화 다운로드하여올걸, 급 후회가 든다. 영화 구색 많다고 룰루랄라 하며 왔는데. 이래서 사람은 뭐든 겪어봐야 한다. 나는 셜록 홈즈가 활약한 <네 사람의 서명>을 읽으며 기내의 무료함을 달랬다. 언니들은 억지로라도 애니를 보긴 하더라.
식사 후 커피가 제공되지 않았다. 기다리다가 승무원을 불렀다 한국인 승무원이 왔다. 블랙커피를 주문했다. 승무원이 묻는다.
"다른 과자나 스낵도 좀 챙겨드릴까요?"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네!!!"
커피와 함께 승무원이 갖다 준 건 스낵 하나 온갖 종류별 과일맛으로 무장한, 연양갱처럼 생긴 달달한 과자 여러 개였다. 우리가 몇 안 되는 한국인이라 나이 어리게 보이는 승무원은 우리에게 동포애른 느꼈나 보다. 뜻하지 않은 간식에 우리도 즐거웠다.
9시간 비행 후 두바이 공항에 내렸다. 인천에서 출발이 늦어진 관계로 두바이 경유가 5:30에서 3:30으로 줄었다. 두바이 경유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더라면 두바이공항에서 시간이 없을 뻔했다. 왜냐면 두바이공항 3 터미널에서 2 터미널까지 이동이 한 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공항이 엄청 커서 터미널 간 이동이 인천에서 김포로 가는 것보다 더 걸렸다. 인생 참 새옹지마다. 악화가 양화가 되고 양화가 금방 악화가 되는. 우리 일희일비하지 말지어다!
플라이두바이항공도 기내 영화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건 모두 유료라는 거. 약 13,000원 정도 지불해야 관람 가능하다. 5시간 20분 비행인데 나는 또 셜록 홈즈와 함께 했고 <네 사람의 서명> 사건을 다 해결할 수 있었다.
작은 언니는 젤리와 사탕을 강제 할당한다. 중간 간식을 즐기는 언니는 자기 몫과 우리 몫을 위해 과자를 지퍼백에 나눠 포장하는 세심함을 보여줬다. 고 생각했으나 언니의 지시를 받은 조카의 선의였다. 엄마 시킨 대로 하는 착한 딸이다.
사탕과 젤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먹어라!"며 짐을 줄여야 한다고 끝끝내 내 입과 큰 언니입에 사탕을 넣어주고 손에 젤리를 쏟아붇는다. 입 안이 달리고 찐득해진다. 한국 엄마들은 자식들한테 뭘 못 먹여서 안달인데 한국 자매들은 동기간한테도 뭘 못 먹여서 안달이다. 과연, 먹방과 밥심의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총 약 20시간의 여정 끝에 두브로브니크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셔틀버스 왕복티켓을 샀다. 나가서 버스표지판 근처에 서있는 흰 버스가 우리가 찾는 버스가 맞는지 확인하며 서있는데 갑자기 우리 뒤로 사람들이 우르르 줄을 선다. 이러려던 게 아닌데, 이게 그 버스가 아니면 어쩌지. 졸지에 우리가 선두가 되었다.
다행히 흰 버스는 셔틀이 맞았고 우리는 선두에 서서 뒤의 대군을 이끌고 버스에 올랐다.
이제 50대 세 자매두브로브니크 여행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