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을 앞세우면 생기는 일
초보 학원강사는 의욕을 앞세운다. 모든 학생을 1대 1로 케어한단다. 개별 학생을 과외와 다름없이 관리할거라 다짐한다. 질의응답은 실시간으로 진행한단다. 카카오톡이 있지 않나. 물론 규모가 작으면 가능하다. 문제는 규모가 커질 때이다. 초심을 지킬 수 있겠냔 거다. 제 아무리 손흥민 이어도 열 명이 덤벼든다면 어떨까. 공만 뺏기는 것이 아니라 돈도 뺏길 거다. 의욕이란게 그만큼 간사하다. 단순히 나를 갈아 넣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이국종 교수 한 명을 갈아 넣어서 응급의료시스템이 안정화되었나.
방법은 하나다. 누군가를 고용하는 것이다. 조교나 보조강사를 고용하면 된다. 그런데 말이 쉽지. 제 코가 석자인 초보 강사들이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 있겠나. 수입이 낮은 강사들에겐 남 얘기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내가 나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나를 어떻게 고용하냐고? 동영상 강의를 찍으면 된다.동영상 강의를 찍으라 하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니 한석원샘 강의가 훨씬 좋은데 뭐하러...'(반박 시 탈모 시작) 틀린 말은 아니다.
자신은 오프라인 수강생이 많단다. 굳이 동영상을 찍을 이유가 없단다. 요즘은 한 반에 스무 명쯤 가르치면 대규모 강의로 인정한다.(메이저 인강샘들 댓글 금지)
스무 명. 많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이었다면 어땠을까. 스무 명이 영상을 봤다. 조회수 20이다. 조회수 20짜리 영상을 올리기 위해 그 노력을 쏟은 걸까. 1타 강사의 강의가 훨씬 상품성 있는 건 사실이다. 내가 영상을 찍으라는 건 인강 사이트에 팔릴만한 영상을 당장 찍으라는 것이 아니다. 내 강의가 1타 강사와 안드로메다급 차이가 나도 어쩔 수 없다. 유튜브에 당신의 강의를 올려봤자 몇 명도 채 보지 않는다. 메가스터디에 기적적으로 입성했다고 쳐도 마찬가지다. 맨 밑바닥에 자리한 당신의 강의를 굳이 결제해서 몇 명이나 볼까. 그런데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영상을 찍는 것은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학생들을 위해서이다.
관점을 달리해보자. 관리해야 할 학생 규모가 커질수록 물리적 접점은 줄어든다. 네다섯 명과 함께 할 땐 호기롭게 관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그 이상이 되면 어떨까. 열명만 돼도 한계에 부딪힌다. '초반엔 극진히 대하더니 변했네.' 기존 고객(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유튜브나 메가스터디가 대로변 식당이라면, 우리는 철저히 골목 식당에서 싸울 것이다. 거점이 있는 것이다. 대로변이면 가지 않았을 고객도 후드티에 슬리퍼를 끌며 골목식당으로 오듯 말이다. 우리의 타겟은 이들이다. 고객이 적을 땐 극진히 대할 것이고, 수가 많아지더라도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할 것이다. 훌륭한 보조강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고용한 내 영상들이 바로 그것이다. 1타강사의 강의와 당신의 강의가 차별화되는 지점이 이것이다.
<학원강사 성공기(가제) 30편 연재 예정>
Day1 학원강사로 성공하는 법
https://brunch.co.kr/@nasca99/14
Day 2 감히 교육을 상품화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