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르치아 데 로시(Properzia De' Rossi 1460-1530년경 이탈리아 볼로냐 출생, 사망)'는 위대한 예술평론가였던 '조르조 바사리'의 저서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1550년> 1권에 등장하는 단 한 명의 여성 예술가이다. 익히 알고 있듯 당시 여성에게 정식 교육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부분 아버지가 예술가이라면 조수로 일을 했거나, 허드렛일을 하는 것이 당연시하게 여겨졌던 시대였다. 그러나 로시는 예술과 거리가 먼 집안에서 태어나 혼자 힘으로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장애물들을 극복한 위대한 여성 예술가이다. 그러기에 작품에는 그녀의 예술에 대한 열망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로시는 석조를 이용하여 작은 과일 등을 묘사하였으나 이후 대리석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바사리는 그녀의 석조 과일 조각을 향해 "바라보기만 해도 경탄스러우며, 작품의 섬세함은 물론이며 조그마한 입상들의 활기가 경탄을 자아낸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Joseph and Potiphar's Wife). 1526년경, 대리석판, 54.4x59cm, 이탈리아 볼로냐 산페트로니오 박물관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Joseph and Potiphar's Wife)'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몇 점 안 되는 그녀의 작품 중 하나이다. 원래는 볼로냐의 산 페트로니오 성당의 외벽을 장식할 용도로 의뢰받아 제작된 작품이다. 작품 내용은요셉(10대의 어린 나이에 형들의 미움으로 인해 노예로 팔려감)의 주인이었던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하지만 그것을 뿌리치고 뒤돌아서 나가는 장면이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을 내보이며 손은 요셉의 옷을 강하게 움켜잡고 있다. 그러나 몸의 움직임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요셉을 강하게 원한다는 것은 탁자에 힘을 주고 있는 손과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감히 네가 나를 뿌리칠 수 있겠느냐!'라는 보디발의 아내가 가진 오만함을 보여 주기 위함일 수 도 있겠다. 요셉은 그녀가 잡은 자신의 옷이 당겨질까 손으로 옷을 힘껏 잡고 있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는 의지를 보여주듯 머리카락은 휘날리고 있다.
보디발의 아내의 손에과 오른 쪽 다리와 발에서는 균형을 잡으려는 모습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는 요셉의 옆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또한 그가 얼마나 이 자리를 벗어나려하려는지는 표정과 옷자락을 잡은 손 그리고 흩날리는 머릿결에서 느껴진다.
(창 39:6) 『주인이 그의 소유를 다 요셉의 손에 위탁하고 자기가 먹는 음식 외에는 간섭하지 아니하였더라. 요셉은 용모가 빼어나고 아름다웠더라』
(창 39:6) 『그래서 그 주인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요셉에게 맡겨서 관리하게 하고, 자기의 먹을거리를 빼고는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았다. 요셉은 용모가 준수하고 잘생긴 미남이었다.』
성경에 따르면 요셉은 매우 뛰어난 용모를 가진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주인이었던 보디발(당시 호위대 또는 친위대장 정도의 위치라고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직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의 신하였다. 그러나 그의 아내가 자신을 유혹하려 하자 그것을 뿌리쳤다. 이후 보디발의 아내는 이러한 사실이 들통나는 것이 두려워 거짓으로 요셉을 거짓 모함하였으며 결국 요셉은 감옥에 갇히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재밌는 사실은 로시의 성격은 당시 여성들과 달리 매우 화끈하고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 남자에게 청혼을 하였지만 거절당한 경험을 이 작품으로 남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바사리는 그의 저서에 이러한 내용을 남겼다. )
그라시 가문의 문장, 1510년경, 은세공에 과일 씨앗, 이탈리아 볼로냐 치비콬 중세박물관
사실 로시는 재판소에 두 번이나 등장한 경험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처음에는 이웃의 정원을 훼손하였으며, 두 번째는 다른 예술가를 폭행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작품을 마주하니 뒤끝(?) 장렬하며 배짱 두둑한 그녀를 떠 올리며 대단하다는 생각과 작은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작품을 보며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의지와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을 마주할 때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하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때론 침묵으로, 적극적이며 공격적으로.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침묵'이었다. 침묵으로 해결되려면 '시간'이라는 장치가 필요하다. 때로는 길게, 짧게. 이때 시간이라는 것은 잘 이용해야 한다. 잘못하면 나를 갈아먹는 무기가 될 수도 있으며, 상대가 나를 더 파고 들어오는 장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침묵을 선택하여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의 정당성에 대해 누구보다 나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나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각자의 방법에 따라 상황을 대처해 나가며 나를 지킨다. 그것이 어떤 방법이던(오만함 등은 포함되지 않음) 오늘은 나를 지키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본다.
- 배경화면
성인상, 1524년경, 대리석, 이탈리아 볼로냐 산타 마리아 델 바라카노 성당 제단화 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