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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Dec 31. 2023

침묵에 대하여.

 화가 풍팜(Phùng Phẩm1932-현재) 베트남 레커화 이야기 2.

"예술가는 금을 찾는 가난한 사람과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 그것을 찾지 못할 수 있으며, 내일도 그것을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남은 생애 동안 찾아 다닐 수도 있습니다. 예술은 오직 결단력, 욕망, 열정이 있어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진정한 예술을 발견한 것입니다.”

-베트남 국민레커화가 풍팜(Phùng Phẩm)



소통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침묵(沈默)'이란 단어는 무엇보다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내면의 소리를 밖으로 표출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때론 말을 한다는 행위란 것이 가볍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침묵이란 단어에 매력을 느낀다. 무엇보다 이러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며 그것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Summer Night, Phùng Phẩm, 58x84cm, Lacquer on wood, 2010, 탕롱갤러리 하노이.

베트남 레커화가인 풍팜(Phùng Phẩm)은 1932년 베트남 빈푹(Vĩnh Phúc) 북부지방에서 태어났다. 13세부터 혁명활동에 참여했었으며, 1953년 중국에서 회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베트남으로 돌아와 Hoàng Trầm, Mộng Bích 및 DUờng Ngọc Cảnh와 같은 다른 많은 유명 예술가들과 함께 베트남 미술 대학에서 베트남 미술에 대해 연구하였고 졸업 후 베트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기도 했었다. 그는 평생 조용히 예술에 전념해 왔으며, 예술가로서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낸 화가이기도 하다. 예술을 숨결, 생명, 기적적인 행복이라는 신념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현재 91세의 풍팜은 다양한 주제로 레커화와 목각 작품을 포함해 여러 분야의 예술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1975년-1985년까지 하노이에서 열린 그래픽 아트 전시회 A상, 1990년 하노이에서 열린 전국 미술 전시회 금메달, 그리고 독일에서 여러 예술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상을 받은 현재 베트남 최고의 국민 화가이다.(예컨대 한국의 이중섭). 그리고 한국에서 2003년, 2006년, 2008년에 개인전을 하기도 하였다.


Night Transplanting,Phùng Phẩm, 74x120cm, Lacquer on Wood, 2008, 탕롱갤러리 하노이.
Young Girl and Flowers, Phùng Phẩm, 61x52.5cm, Woodblock Print, 탕롱갤러리 하노이.

그의 작품 속에는 여러 인종이 등장한다. 이것은 평등을 말하고 싶은 것이며, 긴 시간  동안의 전쟁 등으로 인한 상처 그리고 자신의 민족이 생활 모습 등을 차분히 표현하며 외부로부터 물리적 힘(?) 즉 억압이 가해지지 않았다면 자신의 민족이 얼마나 평온한 민족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표현기법은 매우 강렬하다. 캔버스라는 침묵을 통해 색으로 강렬히 말하고 있다. 자신의 나라가 겪었던 역사적 사실과 현상 등을 말이다. 그의 작품은 세잔에게 영향을 받아서 인지 색 자체가 거칠면서도 두꺼우며 강렬하고 단순한 표현을 지닌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무거움이다. 이 무거움이란 것은 침묵이라는 단어와 직결된다. 침묵하고 있으나 차분히 자신의 소리를 드러내는 그러한 강렬함 말이다. 일본의 우끼요에(일본 민속 목판화)의 영향 또한 있어 목판화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강한 힘을 느낀다. 마치 일본 도(刀)와 같은 날카로운 힘을 말이다.


화가 풍팜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색과 선이다. 그것을 읽어 낸다면 그가 어떠한 사고를 가졌으며, 사회를 향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소통은 직접적 언어로만 하는 것이 아닌 이와 같이 간접적 형태(?)로도 강력히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라 생각한다.


On the Front Porch, Phùng Phẩm, 67x43cm, Woodblock print, 탕롱갤러리 하노이.
Threshing Wheat On the Werehouse Yard 2. Phùng Phẩm, 122x163cm, Lacquer on Wood, 2007, 탕롱갤러리 하노이

우리에게는 생소한 분야일 수 있는 레커화를 소개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행복하다. 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러하지만 새로운 회화 장르를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하노이의 많은 미술관을 다니다 우연히 만난 화가가 바로 풍팜(Phùng Phẩm1932-현재)이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은 매우 복잡했다. 러시아(구 소련 사회주의 미술)의 1900대 초기의 형식과 큐비즘 그리고 세잔과 같은 깊은 색을 가졌기에 작품의 맥을 잡는 것이 힘들었다. 여러 형식을 혼합하여 작품을 완성한 것 같아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잠들었던 나의 감정(울컥하고 눈물을 흘렀었다.)을 일깨웠던 그러한 화가이다.

The Stepchild, Phùng Phẩm, 140x240cm, Lacquer on Wood, 2005, 탕롱갤러리 하노이.

한국에서 하노이로 출발하기 전 현지 갤러리로부터 풍팜의 아트 컬렉션 북을 받아 보았다. 그곳에는 91세라는 나이를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친필 싸인이 들어 있었다. 그 글씨체를 보자마자 가슴이 뭉클했던 것이다. 그리고 작품을 살펴 보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독일 최초의 여성 미대교수였던 '케테 콜비츠'이다. 그녀의 작품을 연구하였던 개인적 경험이 풍팜의 작품을 이해하는 것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풍팜은 현재도 사회를 향해 조용히 말한다. 자신의 민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 나라가 살아갈 수 있었는지 말이다. 2023년 한 해를 마치며 역사를 마주하게 하며 예술의 사회적 순기능을 보여주는 풍팜의 뜻깊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행복하다.

Row Plating, Phùng Phẩm, 122x163cm, Lacquer on Wood, 2013, 개인소장.


구독자 여러분 한 해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의 힘듦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사회적, 개인적으로 침묵(?)할 수밖에 없던 일들이 많았으니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2024년이란 시간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봅니다.


Happy New Year~~




https://www.youtube.com/watch?v=Z3649dq6boA

2 Cellos/ Halleluj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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