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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Mar 26. 2024

아이의 눈물과, 눈물의 깊이

어제저녁 아이가 책을 읽다 말고 읽던 책을 들고 와서는 앞뒤 설명도 하기 전에 북받쳐서 울음을 터뜨린다.


무슨 일이야? 놀라서 묻자 읽고 있던 책을 울면서 가리킨다.


무서운 책도 아니고 강아지가 나오는 책이었다.


왜?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간 내용이었어?


그러자 말도 못 하고 절레절레 흔들며 계속 운다.


초등학교 4학년에 아이브를 좋아하는 딸아이가 갑자기 책을 읽다 말고 말도 못 하고 울다니, 도대체 어떤 내용인가 싶었다.


아이가 읽어보라며 펼쳐준 페이지에는 강아지가 집에 혼자 있는 동안 가족들을 기다리며 현관 앞에서 꼼짝도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간절히도 가족을 기다리며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시간 동안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너무 눈물이 나더란다.


강아지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 감정에 몰입되어 눈물을 흘린 아이에게 과거 키우며 힘들었던 것은 아이가 감정적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키우면서 알게 된 것은 누구보다도 공감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아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펑펑 우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솔직히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오히려 건강하게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갑기도 했다.


내가 피곤해 보이면 하고 싶은 말도 참고 방으로 돌아가던 아이, 질문이나 할 말이 있어도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그냥 슬그머니 자리를 비키던 아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가 표현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빠가 표현을 받아 줄 준비가 되지 않아 보여서였을까?


오늘은 퇴근길에 누구보다도 아이의 감정표현을 받아주겠노라고 준비하며 들어왔다.  아이는 그동안 봤던 어떤 영화에서도 너무 감동적이어서 몇 번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와, 어떤 영화는 눈물이 나려는 것을 꾹 참았다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냥 울고 싶을 때는 펑펑 울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더니 아이는, 태어나서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네가 아기 때 침대에서 떨어졌다며 펑펑 울면서 회사에서 일하는 아빠한테 전화했었고, 아빠는 그 자리로 회사를 나와 집에 왔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고 눈물을 흘린다는 감정의 깊이를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에게 가장 깊었던 눈물은 네가 아팠을 때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눈물은 참는 것이 미덕인양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표현하고 흘려보내야 하는 감정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감정을 비우고 새로운 감정을 채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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