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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립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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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선 Dec 11. 2022

독립을 왜 결심하게 되었냐면

흔한 사회초년생의 결심, 아 자취해야겠다.









  나는 집과 가까운 곳을 다녔던 것은 초등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다. 중학교 때는 버스를 타야 했고, 고등학교 때는 아예 시를 벗어나 전철을 타고 다녀야 했으며 기숙사를 이용하기도 했다. 대학교는 왕복 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그렇지만 '경기도민'은 편도 한 시간 반 거리는 갈 만한 거리이기 때문에 통학을 했다. 한 시간 반 이상으로 넘어가면 아무리 그 경기도민이더라도 힘든 거리가 되는데, 이게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면 대학 입시에서 쓸 수 있는 더 높은 대학을 쓰지 않고 포기했다. 심지어 내가 가고 싶었던 과였음에도.


  아무튼 그렇게 서울로 통학을 했다 보니 그 정도 거리를 왕복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익숙해지면서 가끔 불평불만을 토로하곤 해도(예를 들면, 남들보다 일찍 출발해도 늦게 도착한다던가 등. 나는 그래서 엠티를 제외하고 술자리에서 끝까지 있어본 적이 없다.) 아무 생각 없는 때가 더 많았다. 가끔 서운한 게 있다면 친구들이 내가 서울에 오는걸 너무 당연시한다는 정도. 그렇지만 또 막상 내가 있는 곳으로 온다고 하면 안내를 잘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서울을 좋아했기에 서울에 갔다. 나는 왕복 60킬로를 기본적으로 넘는 거리를 매일같이 다녔다.​



  그런데 한 가지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시각이었다. 걸리는 시간이 아니고, 도착해야 할 시각. 학교가 멀었던 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아침 1교시는 피했고, 약속도 주로 점심 이후로 만났다. 거리 상 멀긴 해도 사실 (경기도의 상징이라 생각하는) 빨간 버스를 타면 30분 이내에 사당에 도착했고, 집 10분 거리의 전철역에서 전철을 40분 타면 신도림에 도착했다. 줄을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나 가끔 믿기지 않는 배차 간격 등의 요인으로 당연히 시간은 플러스가 되지만, 일단 한 시간 안쪽으로 서울로 진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후 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1교시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나는 누구보다 먼저 출발했는데 한 시간 반 전에 지각을 예감했다. 아니 얘들아 내 말 좀 들어봐. 나 지각할 것 같아. 메시지 옆 숫자는 줄지 않았다. 다들 그 시간에 자고 있으니까!(늦은 시간도 마찬가지다. 아니 얘들아 내 말 좀 들어봐. 나 아직 집 도착 못했어. 메시지 옆 숫자는 줄지 않았다. 다들 그 시간에 도착해서 자고 있으니까!)


  아침시간만큼은 도착 시간을 예상할 수 없는데, 인파나 도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차가 막히는 건 당연하고 가끔 사람으로 꽉 차 발 디딜 곳 없는 버스는 아예 정류장을 지나쳐버려 몇 대의 버스를 타지도 못하고 보내야 했다. 그러니까 지각이지. 아무튼 그래서 1교시 아침 수업은 혀를 내둘렀다. 으. 1교시 다시는 안 들어. 하루가 짧더라도 오후 수업 들을래. 이런 생각을 몇 년간 해왔다. 그리고 나는 내가 평생 학생일 줄 알았다.


  회사에 다니고부터는 나인 투 식스를 지켜야 했다. 아홉 시까지 출근해서 일을 하고 여섯 시에 퇴근을 해야 한다. 아홉 시는 내가 그렇게 기피하던 1교시 시작과 같은 시각이었다. 근데 이제 여기에 5일 내네를 곁들이게 된 것이다. 미라클 모닝이 유행할 때 거들떠보지도 않던 나는 사회인 대열에 합류하며 매일같이 타의적으로 미라클 모닝을 진행해야 했다. 내겐 출근 자체가 미라클이었다.


  학교가 왕복 세 시간이었다면, 출퇴근 시간은 왕복 네 시간이 되었다. 편도 두 시간. 경기도민도 아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 때문에 대학도 포기한 사람이었다. 체력도 고갈되기 시작했고, 기가 막힌 교통비에 통장이 살살 녹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자취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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