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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Oct 17. 2024

글쓰기 전 구조 잡기

글쓰기 전, 간단한 개요 작성


글쓰기 기본 원칙 세 가지, 핵심 독자 설정에 이어 글을 어떻게 구조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예시를 들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아들 두 명을 키우고 있지만,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모든 경험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아이도 모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매일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 같아서는 매 순간 기록하고 싶었지만 사진, 동영상으로 남기는 게 전부였습니다. 며칠 전, 네이버 사진첩에 '몇 년 전 오늘'이라며 잔잔한 음악과 사진 여러 장이 보였습니다. 맨발로 수목원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아이. 땅에 발만 닿으면 걷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제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저와 비슷한 장면이나 경험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작성법'에 따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개요

글쓰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목적지까지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같은 겁니다. 내가 쓰려는 글이 어디로 갈지 알려줍니다. 방향만 정확히 알아도, 삼천포로 빠지는 일은 피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개요가 왜 필요한지 몰랐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퇴고할 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개요가 없으니, 같은 주제를 반복하기도 하고, 하고자 했던 말과 멀어지기도 하고, 핵심 메시지를 빠뜨린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2. 개요 작성 순서


2-1. 주제 정하기

먼저, 주제를 정합니다. 저는 아이가 걸음마를 떼던 그날을 떠올리며 '세상을 향한 아이의 첫 번째 도전'으로 주제를 정했습니다. '아이의 첫걸음마', '세상을 향해 걷는 작은 발', '너의 작은 발걸음'등 다른 주제도 후보에 올렸습니다.

2-2. 브레인스토밍

이어서 생각나는 일화나 감정을 떠오르는 대로 모조리 적어봅니다.

돌이 지나도 걸을 생각 없는 모습            

조리원 동기 모임 갔다가, 또래 아기들이 걷는 모습을 한창 구경하던 아이 눈빛            

그날 밤부터 걸음마 보행기 잡고 한 시간 이상 연습하던 모습            

다음날 아침에도 보행기 잡고 거실을 오가며 연습한 끝에 한두 발짝 걷기 성공한 모습            

입을 한 바가지 벌리며 스스로 손뼉 치며 좋아하던 얼굴, 쪼꼬미가 대단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에 눈 밑이    뜨거워졌던 순간            

그날 이후, 집에서도 신발 신고 걸었던 아이            

비 오는 날, 밖에 나가고 싶다며 현관문에 퍼질러 앉아 거실로 신발 던지며 시위하던 모습            

2.3 핵심 아이디어 고르기

브레인스토밍한 내용 중에서 중요하거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릅니다. 저는 도전, 성공하던 날, 그날 이후에 대해 적고자 합니다.

2.4 순서 정하기

여기까지 했다면 순서를 정합니다. 시간별로 적을 수도 있고, 중요별로 쓸 수도 있습니다. 중요도 순서가 될 경우 그 일은 회상으로 들어가면 되고요.

저는 시간 순서로 적어보겠습니다.



3. 개요 정리

주제를 '세상을 향한 아이의 첫 번째 도전'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합니다.


I. 서론

A. 돌이 지나도 걸음마를 시작하지 않는 아이

B. 소아과 의사의 조언과 엄마의 불안

II. 본론

A. 조리원 동기 모임에서의 경험

1. 또래 아기들의 걸음마 관찰

2. 아이의 달라진 눈빛과 엄마의 직감

B. 걸음마 연습의 시작

1. 걸음마 보행기를 처음 잡는 순간

2. 끈기 있게 연습하는 아이의 모습

3. 아이를 돕는 엄마의 노력

C. 첫걸음마 성공

1. 보행기 없이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2. 아이와 엄마의 기쁨과 감동

 D. 걸음마 이후의 변화

1. 집에서 신발 신고 걷기

2.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모습


III. 결론

A. 아이가 보여준 의지, 호기심, 끈기

B. 앞으로 도전에 대한 엄마의 응원과 다짐



4. 개요를 바탕으로 글쓰기


00가 돌이 지나도록 걸을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나는 조급해졌다. 소아과 선생님은 충분히 잘 자라고 있다고, 때가 되면 걷는다 했다. 알겠다고 하면서도 조급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조리원 동기 모임에 참석했다. 조리원에서 친해진 일곱 명의 엄마들 중 나만 빼고 모두 딸 엄마였다. 엄마들이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미 걸음마를 뗀 '아기 공주들'이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그때 아이 눈빛이 달라지는 걸 봤다. 앉아서 또래 아이들 움직임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내면에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날 저녁, 아이는 관심도 없던 걸음마 보행기를 잡았다. 힘 조절이 되지 않아 넘어질까 봐 보행기 앞에 서서 다리로 받쳐주었다. 에어컨을 틀어도 더운 8월. 아이 이마와 머리에 땀이 흥건했다. 그만하자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시간이 넘도록 보행기를 꽉 잡은 작은 손과 조그만 발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눈 뜨자마자 다시 보행기를 잡은 아이는 또 거실을 오갔다. 그날 오후, 보행기 없이 일어나 한 발짝, 두 발짝 내디뎠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안정적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아이와 나는 입을 한 바가지 벌리고 환호했다. 솜뭉치만 한 손으로 손뼉 치며 즐거워하는 표정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날 이후, 아이가 사는 세상은 달라졌다. 집에서도 신발을 신고 걸으며, 매일 아침 현관문을 가리켰다. 비 오는 날에도 현관에 앉아 신발에 발을 꾸역꾸역 넣었다.


아이가 보여준 걸음마는 단순한 신체 발달을 넘어 의지, 호기심, 끈기를 보여줬다. 지금도 어딘가에 관심이 생기면 끝까지 가는 편이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모든 도전도 이렇게 맞서 나가길 바랄 뿐이다.



5. 마무리

개요 작성은 효과적인 글을 쓰기 위한 핵심 단계입니다. 글의 구조를 명확히 하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개요를 바탕으로 글을 쓰면, 일관성 있고 설득력 있는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이 됩니다.

개요 작성을 습관화하면 글쓰기 실력도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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