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믈리연 Mar 28. 2024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


매일 오전, 30분 정도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는다. 술술 읽기는커녕, 자주 움찔하면서 멈춘다. 며칠 전,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라는 문장을 만났을 땐 머릿속 필름을 여러 번 되감고 풀기 반복했다.




오늘 저녁 8시에 독서모임이 있다. 재개발, 재건축과 관련한 지정도서를 읽고 참여해야 하는데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용어를 몰라서, 배경지식이 없어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게 뻔하다며 몇 장 넘기고 덮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부동산 관련 도서를 읽고, 강의 듣고,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 관련 지식이 입력되었나 보다. 덜 멈추고, 덜 버벅거리고, 덜 답답하다.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속도도 빠르다.

올해 1월. 처음으로 부동산 관련 수업을 들었다. 나는 부린이 중에서도 초특급 울트라 부린이, 아니 부생아였다. 아무리 왕초보를 위한 수업이라고 해도 마흔이 넘은 수강생 수준이 이 정도일 줄은 강사님도 상상하지 못한 것 같다. 용어 풀이는 물론, 설명을 최대한 쉽게 해주지 않으면 고개만 갸우뚱했다. 

1주일에 1회씩, 4주 과정이 끝나도 공부를 이어가길 권했다. 시작인 만큼 부동산 관련 책을 많이 읽으라 했다.

다른 분야의 도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면 공통으로 강조하거나 중복되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책을 읽을 때 이해 가지 않던 부분이 두 번째 책을 읽을 때 조금 더 이해되다가 세 번째 책을 읽을 땐 확실히 수월하게 읽혔다. 비슷한 책을 여러 권 접하다 보니 저절로 암기로 연결되기도 했다. 

오늘 저녁에 독서모임인데 어제저녁에 도서관에서 빌렸다. 침대에 누워 책을 펼쳤으나 몇 장도 넘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오늘 오전,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식탁에 앉았다. 그동안 다섯 권 정도의 부동산 책과 경제기사를 접해서인지, 강의 때 배운 같은 영상을 여러 번 보고 적고 공부해서인지, 집중력이 빛을 발한 건지 모르겠으나 전과는 달랐다. 주석으로 달아주는 용어 풀이도 읽을 필요가 없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지식이 쌓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깊이 들어가면 또다시 부린이가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오늘 저녁에 있을 독서모임에는 무사히(?) 참여할 수 있을듯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라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이 중요하고, 돈이 된다는 건 알지만 적어도 내가 공부할 분야는 아니라고 했다. 솔직히 말해 알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아이처럼, 하나 둘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 내가 알아가는 만큼 높디높던 한계선이 반비례 곡선을 그린다. 『세이노의 가르침』 저자 세이노는 뭐든 미친 듯이 하라고. 귀신처럼 하라고 말한다. 관련 책, 기사, 논문 등 모조리 찾아 본인 스스로 깨치라고 말이다.

만일 여전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타인의 말이나 인터넷뉴스를 보며 대충 짐작만 하고 넘어갔을 테다. 상세한 이론과 설명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고,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고 있었을 테다. 불과 석 달 전의 나를 잘 알기에  오늘따라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라는 말이 계속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10, 20년 고수에 비하면 여전히 부린이지만 이만큼이라도 발전한 나를 칭찬하며 꾸준히 공부할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스토리텔링이 있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