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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햇살 Sep 20. 2023

그리운 음식,그리운 사람

배추부침개

모처럼 비가 온다

여름내내 참 지겨웠는데 가을 앞에 내리는 비는 이제곧 계절이 바뀔꺼라고,그렇게 더웠던 여름은 이제 다지나갔다고 알리듯 바람까지 세차게 몰고 왔다


그냥 춥다라는 소리가 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도 춥다고 너스레를 떨며 재빠르게 다 닫아버렸다


비오는걸 한참동안 무심히 보고 있다가 시선이 달력에 고정되었다

세월 참 빨리가네…할머니같은 혼잣말을 늘어놓으며 올해도 얼마 안남았쟎아..벌써 9월 말이라니…

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올해 2월,아빠가 돌아가신 시점에서부터 시간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나는,금새 지나간 반년이 기억에 없었고 거짓말같아 풀죽어 있었다

그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비온다고 부침개 붙였는데 가까이 살면 전해주고 같이 먹고 싶은걸 아쉽다고…

나이든 할머니가 나이든 딸 먹는 걱정만 하고…

알아서 잘 먹는데 혼자서 잘 챙겨드시나 나 역시 맨날 걱정이구만 돌아오는 답은 맨날 잘먹고 있다…

외로우신게지…엄마도 비가 오니 적적허고 허전하신게지…

다 알지…내 맘도 이런데…


그동안 많이 힘들었고,아닌척 하려해도 힘들었고,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가끔씩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며칠전엔 엄마랑 아빠 유품을 정리하다 아빠가 평소 좋아하신 넥타이를 보고 엉엉 울었다

집에 가져간다고 가져가서 보관할꺼라고 내가 울면서 말하니 엄마가 되려 강하게 그러지 말라고,울지말라고 네가 그럼 내가 더 힘들다고…

너 이거 가져거서 혼자서 얼마나 울을려고 그러냐고 말하시면 가져가셨다

그냥 보내드리자고 옷가지고 뭐고 이젠 다 보내드리자고 말씀 하시면서도 정작 엄마도 쉽게 치우지 못하고 계셨다


문득문득 슬프지만…

그래도 시간은

버티게 해주었고

견디게 해주었고

나머지 가족들에게 살아갈 이유를 어떻게든 주려했다


아빠가 병원에서 퇴원하신날 한걸음에 달려가 아빠를 뵈러갔었다

갑자기 쓰러진 아빠가 중환자실에 들어가셨고 그렇게 보내줄 준비하시라며 얘기를 들으니 멍청이가 되는것 같았다

아빠는 강함 정신력으로 잘 버티셨고 다시 기운을 차리셨고 회복아닌 회복이였지만 어째든 퇴원도 하셨기에 집에서 계셨던 하루이틀 기억이 마지막이였다

이제 살았네 살았어 안도를 하면서도

퇴원후에도 여전히 불안함에 울먹이는 나에게

‘딸램아 뭐라도 먹어

배추로 부침개라도 해서 먹어…‘

하시며 그 순간에도 여전히 나를 챙겼던 아빠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병원에서 잘 드시지도 못하셔서 며칠사이 살이 훌쩍 빠진 아빠가 뭐든 다 입맛없다고 하시는데 평소 좋아하시던 배추부침개를 해먹고 가라고 하시니 아빠가 드시고 싶으신것 같아 엄마랑 열심히 부쳤던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빠는 기운이 없다고 그 좋아하시는 배추부침개도 한번 드시지 못하고 그길로 하루이틀 뒤 저멀리 떠나셨다


마치 아빠는

나는 내 운명을 다 알아..내 마지막은 가족들 얼굴 보고떠나는 것이니 난 이제 멀리가도 괜찮아…

하시면서 떠나신것 같다


엄마랑 통화를 끝내고 냉장고에 있는 알배추를 꺼내서 배추부침개를 부치는데 아빠 생각이 나서 눈물을 훔쳤다

돌아가시고 처음부친건데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

이게 뭐라고 아빠가 떠올려지며 마음이 아픈지…


그래도 이젠 극복해야 한다

아빠가 생각나서 슬픈게 아니라

맛있게 먹으면서

아빠를 떠올려야 한다고 맘을 다잡았다

눈물로 기억하지 말고

행복하게 기억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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